[청계광장]우기 안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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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는 여름, 겨울에 석 달 동안 수행처에 머물며 정진하는 시기를 하안거, 동안거라 한다.
개중에는 한 달, 내지 석 달 동안 하루 18시간 이상을 치열하게 정진하는 스님들도 있다.
이렇게 석 달 동안의 정진이 끝나면 다음 안거를 위해 정비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수행처에서 그대로 수행을 이어가는 스님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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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는 여름, 겨울에 석 달 동안 수행처에 머물며 정진하는 시기를 하안거, 동안거라 한다. 며칠 후면 하안거가 끝나는 해제일이다. 봄에 경기 구리에 신행선원을 개원하고 처음 보내는 안거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계속 선원에 머물러 밖에 나간 일을 손에 꼽는다. 이곳은 포교를 목적으로 한 선원이기에 혼자 지내지만 전국 100여개 선원에선 많게는 30여명, 적게는 10여명의 수행승이 석 달 동안 머물며 하루에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를 예불, 식사, 울력시간과 수면시간을 빼면 온전히 좌선정진한다.
안거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00여명 규모의 인원이다.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이른바 화두참구라 하는 간화선 수행이다.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전 나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가. '이 뭐꼬!' 혹은 "모든 존재가 불성이 있다는데 개에게도 부처의 성품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주 스님은 "무"(無)라 했는데 어째서 무라 했는가. 혹은 "부처가 무엇입니까" 한 수행승이 물으니 "마른 똥막대기다"라고 했으니 '마른 똥막대기…'라며 의심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증명된 화두를 공안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1700공안이라고 부른다.
간화선은 '볼 간'(看) '말씀 화'(話), 말 자체의 의미를 분석한다거나 해답을 찾는 구조가 아니다. 마치 알고 있던 것이 생각나지 않아 떠올리듯 의심의 덩어리를 키워가는 것이다. 그렇게 정진해나가다 보면 '행주좌와 어묵동정'을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혹은 말하고 침묵하고 동정의 모든 때 모든 곳에서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화두가 타파되고 마음이 밝아져 마음의 참 성품을 보게 된다. 그것을 견성(見性)이라 하고 그것을 곧 성불(成佛)이라 한다.
마음에 참 성품을 밝히고 일체의 모든 환과 같은 번뇌가 그 힘을 잃고 스러져 밝은 대자유인이 되기 위한 수행이다. 이런 2000여 수행자 중엔 100안거 넘게 수행하신 스님도 있고 이제 갓 출가해서 첫 안거를 나는 스님도 있다. 개중에는 한 달, 내지 석 달 동안 하루 18시간 이상을 치열하게 정진하는 스님들도 있다. 이렇게 석 달 동안의 정진이 끝나면 다음 안거를 위해 정비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수행처에서 그대로 수행을 이어가는 스님들도 있다. 어떤 스님은 지병이 있었는데 그대로 수행하다 아무도 모르는 숲속의 바위 밑에 앉아 정진하다 돌아가시는 스님도 있다. 도(道)를 닦는다고 하지만 그 길은 길 없는 길이며 깨달음이라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깨달음이란 없음을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누가 일러줘서 깨닫는 것도 아니고 책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온전히 자기 스스로 가야 할 길이고 스스로 이미 갖춰진 그 마음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물었다. "세상을 버리고 출가하니 어떤가." 그때 나는 "출가는 나와 세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것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세상 모든 기쁨과 슬픔, 분노와 괴로움이 한마음에서 모두 일어나니 그 마음을 통찰해 고락을 벗고 이웃과 함께하는 것. 그것이 수행의 목적이다.
요즘은 출가자 수가 현격히 감소해 참선 수행하는 스님의 수도 정체되거나 줄고 있다. 2500여년 안거수행의 장구한 전통이 현대에 이르러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그 열기가 시들해지는 것 같은 분위기도 있지만 단 한 사람의 깨닫는 이가 무수한 수행자를 이끌 수 있기에 최후의 1인까지도 그 수행은 멈추지 않는다.
浮休堂大師(부휴당대사) 선시
平生放浪倚雲邊(구름 끝에 기대어 평생을 방랑하며)
萬事無心任自便(만사에 무심히 편안하게 하였네)
何處靑山非我土(청산 어디 내 땅 아닌 곳이 있으랴)
短공今日又隨緣(오늘도 짧은 지팡이로 인연 따라 다니네)
안거기간에 선원에만 있었더니 세상이 좁아진 느낌이다. 산과 들 바다도 가끔 봐야 한다. 이른 아침에 눈 푸른 수행자가 와서 문을 부서지듯 두드린다.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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