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올림픽과 한국 교육의 미래
제33회 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열정을 불태운 '팀 코리아'에 찬사를 보낸다. 국민에게 가슴 뭉클한 감격과 벅찬 기쁨을 선사했다. 13개 금메달이라는 성취도 거뒀다. 하지만 교육학자의 눈에는 다른 게 보였다. 한국 젊은이들의 건강한 경쟁력과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바를 본 것이다.
우선 '게임규칙'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감동적이다. 게임룰에 대한 자의적, 편의적인 해석이나 우격다짐은 없었다. 판정이 석연치 않아도 최종 결과에는 선수도 관중도 승복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어린이보호구역의 '우선 멈춤' 푯말은 장식용이 돼가고 있다. 우회전할 때 잠시 멈추자는 합의는 바쁘다는 핑계 앞에 무력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도 법정기한 내 예산을 확정하지 못한 때가 많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불리하면 사법부 판결을 무시한다. 규칙과 합의를 가벼이 여기는 각자도생(各自圖生)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교육부 장관을 지낸 교육철학자 이돈희 교수는 학교에서부터 '생활민주주의'를 배워야 사회가 바로 선다고 했다. 올림픽은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올림픽은 '품격있는 경쟁'의 진수였다.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고 승자는 패자를 배려했다. 명승부 끝에 0.5㎝ 차이로 패배한 미국 양궁선수 브래디 엘리슨은 승자인 김우진에게 경의를 표했고 김우진은 엘리슨의 손을 들어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파리올림픽의 슬로건은 평등과 포용정신을 표방한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함께 어울려 셀카를 찍는 모습은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세계에 알렸다. 경쟁이 즐거움으로 승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승자독식 게임이고 패자는 결과를 부정하는 '파괴적 경쟁'과 갈등이 만연하다. 경쟁은 창의와 혁신을 끌어낸다. 그러나 어떤 경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서로를 포용하는 문화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 덕목을 키우는 것이 바로 미래교육의 역할이다.
올림픽은 노력과 땀을 보상했다.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성과를 일궈낸다는 교훈을 줬다. 남녀 개인과 단체전을 석권한 양궁대표단이 대표적이다. 파리 앵발리드광장과 비슷한 훈련장을 만들고 심리훈련까지 지원한 대한양궁협회의 주도면밀함이 돋보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목에 걸린 메달은 무엇보다 땀의 대가다. 우리 선수끼리 결승을 치른 여자선수들은 하루에 600발까지 활을 쐈다고 한다. 3관왕의 위업을 이룬 김우진은 공정한 기록경쟁과 실력 위주의 선수선발이 한국 양궁을 지탱한 힘이라고 했다.
올림픽은 공정한 경쟁의 무대고 선수들이 흘린 노력과 땀을 보상하는 영예로운 전당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든 칭찬받고 성취를 누릴 자격이 있다. 남과 비교하는 상대평가를 극복하는 평가혁명과 입시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 개천에서 용이 나고 꿈꾸며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신화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팀 대항전에 강했다. 펜싱부터 양궁, 유도, 탁구, 배드민턴, 사격까지 팀 스피릿이 승부를 갈랐다. 펜싱팀 최고참 구본길은 후배 박상원, 도경동이 기량을 펼치도록 뒷받침했다. 중국에서 귀화한 탁구 전지희 선수는 '국민 삐약이' 신유빈 동생의 따뜻한 말이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인구가 줄수록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협력은 필수다. 미래교육이 협력할 줄 아는 인재를 길러내는데 역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인구는 5분의1로 줄고 인공지능·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다가온다. 챗GPT를 활용하면 전 세계 지식에 접속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방법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우리 미래가 달렸다. 교과별 영토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단순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을 끝내야 한다. 과거 패러다임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교육을 시도해야 할 담대한 도전의 순간이 왔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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