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 재택근무, 출근 땐 시간 선택… 일·육아 병행 문제없죠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크몽’에서 근무하는 신은미(38)씨는 네 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인천 서구에 사는 그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회사까지 출근하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 그런데도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2021년 봄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직접 챙기고 있다. ‘주 4회 재택근무’ 제도 덕분에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이에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남편은 출근이 빠르고 야근도 있어 등·하원을 맡아주지 못하는 상황이고, 도우미는 구하면 한 달에 200만원 이상 나가더라”며 “아이를 키우려면 결국 내가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게 현실이었는데, 재택근무 덕에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크몽은 2019년 7월부터 재택근무 제도를 시작했다. 이보다 2년 전인 2017년 ‘꼭 긴 시간 일하지 않아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경영진의 생각에서 시작된 주 35시간제(하루 7시간 근무)가 잘 자리 잡자, 재택근무라는 유연 근무 제도를 추가로 도입한 것이다. 처음엔 재택근무 희망 날짜를 신청받는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주 5회 재택근무가 이뤄졌다. 코로나 이후엔 일주일에 하루만 회사에 나오면 나머지 4일은 집에서 근무해도 되는 주 4회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직원 150여 명 중 70% 이상이 주 4회 재택근무를 선택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임신한 직원들은 사람들로 꽉 찬 출퇴근길을 피할 수 있고, 신씨처럼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아이들의 등·하원과 등교 등을 여유 있게 챙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날에도 일과 육아 병행에 큰 문제는 없다. 회사 출근 때는 유연 근무 제도인 ‘시차 출퇴근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오전 8~11시 사이 편한 시간에 출근해 7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면 된다. 직원들 개인 상황에 맞춰 출근과 퇴근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내 부부인 김봉주(35)·정백경(37)씨는 매주 수요일 회사로 출근해야 하지만 세 살 딸의 등·하원을 걱정하지 않는다. 한 명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11시까지 출근하면, 일찍 출근한 다른 한 명이 4시에 퇴근해 하원을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차 출퇴근제 덕분에 아이의 등·하원을 부모님에게 부탁하거나 도우미를 어렵게 구할 필요가 없어 심적으로 편안하고 일과 육아 병행에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며 “그런 만큼 일도 육아도 더 잘해내고 싶은 열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근무 제도도 있다. 원하는 날엔 6시간만 근무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다. 단축 근무시간은 다른 날 추가로 일해서 채우면 된다. 네 살 딸과 두 살 아들을 키우는 김한솔(34)씨는 매주 한 번씩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이용해 1시간 일찍 퇴근한다. 김씨는 “조금 일찍 퇴근하는 것이지만 아이들과 늦은 오후 놀이공원에 놀러 가고, 교외로 바람 쐬러 가는 등의 시간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작년부터는 남성 직원을 대상으로 배우자 출산휴가(10일)를 다녀온 직후 최대 한 달간 주 5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배우자가 조리원에 있는 기간을 포함해 신생아 시기에 해당한다. 이때는 조리원이나 병원 등 집이 아닌 곳에서 근무해도 괜찮다. 작년 11월 첫아이를 품에 안은 서승원(35)씨는 “출산 직전도 그렇지만 출산 직후엔 언제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그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호자로서 안심이 됐다”고 했다.
중소기업에선 잘 사용하지 못하는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도 크몽에선 눈치 보지 않고 쓴다. 회사가 설립된 2012년 이후 11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이 중 4명이 남성 직원이었다. 서씨 역시 지난 3~6월 4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그는 “1분 1초마다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옆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옹알이로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말했는데, 아기와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고 했다.
크몽 관계자는 “유연 근무 제도를 다양하게 도입하고 육아 존중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배경엔 ‘자율적이고 행복하게 일하며 성과를 내고 성장하자’는 경영 철학이 있다”고 했다. 직원들도 회사 지원 덕에 근무시간엔 육아 걱정 없이 오로지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입 모아 말했다. 실제로 크몽은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2017년 프리랜서 중개를 통한 일 거래액 1억원을 넘겼고, 재택근무가 시작된 2019년에는 누적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하는 실적을 냈다. 현재는 누적 거래 500만건, 누적 회원 350만명으로 국내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크몽은 여성 직원 비율이 절반을 넘는 만큼, 우수한 인재들을 잃지 않으려면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오는 21일이 출산 예정일인 이해인(34)씨는 “육아휴직 후 회사로 복귀해도 일과 육아를 수월하게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안정감이 들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
※ 고용노동부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저출생 완화를 위해 일·가정 양립과 남녀 고용 평등에 앞장선 기업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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