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으로 ‘꿈’ 연주… 몸으론 ‘희망’을 추지요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무용단’
“하나, 둘, 옆에 친구들 잘 보고!”
지난 8일 강원도 평창의 한 리조트 강당.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테마 등 음악에 맞춰 춤추는 아이들 수백명 사이로 날씬한 남자 무용수 한 명이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뛰어다녔다. 전국에서 온 ‘꿈의 오케스트라’(이하 ‘꿈오’)와 ‘꿈의 무용단’(이하 ‘꿈무’) 아이들 450여 명이 함께 땀흘리며 음악과 춤을 연습해 합동 공연을 선보이려 모인 ‘꿈의 페스티벌’ 연습. 남자는 퓨전 국악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 속 춤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린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김보람(41) 예술감독이다.
그는 영국 공연을 앞둔 바쁜 시기, 경험 많은 단원 9명을 ‘차출’해 아이들과 함께 춤추기 위해 평창으로 왔다. 지금은 가장 ‘힙’한 현대무용가지만 그도 어릴 적 전남 완도에서 자랄 땐 TV로만 춤을 보며 무대를 꿈꿨던 섬 소년이었다. 그는 “춤을 추고 싶어도 출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어려서 정식으로 춤을 배울 기회를 얻은 ‘꿈무’ 아이들이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꿈오’와 ‘꿈무’는 중남미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엘 시스테마’를 모델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이 진행해온 예술 교육 프로그램. 2010년 시작된 ‘꿈오’는 전국 50곳, 2022년 시작된 ‘꿈무’는 전국 29곳에서 활동 중이고, 올 한 해만 지역마다 취약계층 어린이·청소년이 절반 이상 포함된 아이들 1만3000여 명이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즐거움을 배웠다. 지난 4일부터 엿새 동안 강원도 일대에서 합동 캠프로 열린 이번 ‘꿈의 페스티벌’엔 부안·영덕·울주·칠곡 등 9곳 ‘꿈무’와 무주·임실·청송 등 5곳 ‘꿈오’ 아이들과 관계자 450여 명이 참여했다.
“하나, 둘, 셋! 악기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볼까?” 같은 날 또 다른 리조트의 공연장에선 바이올린을 든 훤칠한 남자가 오케스트라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 한가운데 서 있었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 연주를 신나게 마무리하기 위해 호흡을 맞추는 중인 ‘꿈오’의 예술감독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33). 음악방송 진행과 공연을 통해 요즘 ‘클래식 아이돌’로 불리는 스타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대니 구는 고3을 앞두고 아이비리그 대학 자기소개서에 쓸 생각으로 참여했던 예술캠프에서 음악가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연주를 맞추고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는 아마 내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며 “아이들이 계속 꿈꿀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사흘간의 합숙 연습 끝에 9일 오후 합동 퍼포먼스 공연이 열렸다. ‘꿈오’ 아이들의 연주에 맞춰 ‘꿈무’ 아이들의 춤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무대 양쪽에서 종이 꽃가루가 함박눈처럼 날렸다.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립해 박수를 쳤고, 객석과 무대가 함께 울리고 들썩였다. 김보람 감독은 “순수하게 춤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서 내가 더 큰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고, 대니 구는 “아이들이 합주를 통해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모습을 보니 온몸이 짜릿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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