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한 아저씨’ 월즈 vs ‘불타는 야심가’ 밴스… 뜨거운 부통령 싸움
“월즈의 특장점은 그가 인간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주(州) 방위군으로 24년간 복무했고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풋볼 코치로 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랍지도 않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최근 올린 글이다. 11월 5일 열릴 미 대통령 선거가 초접전 양상으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민주당·공화당의 ‘너무나 다른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가 대선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즈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40)는 10월 1일 첫 TV 토론을 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월즈와 밴스는 모두 미 중부 출신으로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소박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다 2006년 정치에 입문한 ‘흔한 아저씨’ 스타일 월즈와 명문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와 벤처 투자자로 성공한 ‘불타는 야심가’ 느낌의 밴스가 미 유권자에게 주는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다. 월즈가 쓰는 쉬운 단어와 간명한 문장,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아저씨 유머’도 호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라는 평가다. 시사지 ‘타임’은 “월즈는 ‘투견(鬪犬)’ 역할을 맡았으면서도 조롱과 농담을 적절히 섞어 심술궂단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런 월즈의 스타일이 해리스의 캠페인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월즈와 밴스는 러닝메이트가 되고 나서 ‘군 경력’을 두고 1차로 맞붙었다. 해병대 출신으로 이라크에도 파병됐던 밴스는 지난 7일 한 유세에 나와 “월즈가 이라크 파병을 기피했다”고 비난했다. ‘가짜 무용담을 자랑하는 쓰레기 행위(stolen valor garbage)’라고도 했다. 밴스가 자신의 해병대 경력을 부각하려 비(非)상근으로 주방위군에서 24년간 복무한 월즈를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밴스의 이런 비난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월즈는 2005년 2월 하원의원 출마를 결심한 뒤 그해 5월 제대했고, 그의 부대가 두 달 후인 7월에야 이라크 파병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 제대 군인과 가족 1000여 명은 14일 “월즈의 군 복무를 공격한 밴스의 발언은 실망스럽다”라는 공개 항의 서한을 밴스와 트럼프에게 보냈다. 월즈는 13일 해리스 없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첫 단독 유세에서 “다른 사람의 군 복무를 헐뜯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위대한 조국을 위해 군복을 입은 용감한 모든 분에게 간단한 몇 단어만 전하겠다. ‘여러분의 봉사와 희생에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다.
‘간단한 몇 단어’로 자신의 주장을 명료히 전하는 것은 전형적인 월즈의 스타일이다. 부통령 지명 전 월즈의 전국적 지명도를 높인 계기도 ‘간소한 문장’이었다. MSNBC 아침 프로그램에 나와 “그 사람들은 그냥 기괴하다(just weird)”라고 속사포처럼 쏘아붙이는 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기를 끌었고, 기세를 몰아 부통령 후보에도 낙점됐다.
밴스는 반면 극단적인 발언이 연일 부각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로 유명해진 그가 ‘전국구 정치 무대’에서도 거친 ‘힐빌리(촌뜨기)’ 스타일을 드러내며 무례한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3년 전 한 방송에 나와 아이가 없는 사람들을 “자식 없는 비참한 고양이 여성들(cat lady)” 등으로 비난했다는 사실이 최근 다시 오르내리며 반발이 일었는데, 13일에도 폭스뉴스에 나와 “교외 여성들이 낙태권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데, 이는 비정상적”이라고 해 도마에 올랐다. 미 언론들은 “밴스가 ‘여성 비하 발언 목록’에 새 어록을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잇따른 ‘설화’로 밴스의 호감도는 내려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와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밴스가 ‘비호감’이라는 응답은 47%로, ‘호감(36%)’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월즈는 호감도가 40%로 비호감도(39%) 보다 약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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