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여제'의 귀환…최정, '여자 최고기사' 4연패 위업

김은지 상대로 결승 1국 패배 후 2연승 내달려 역전 우승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3번기 최종국이 끝난 후 최정 9단(오른쪽)과 김은지 9단이 복기를 하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바둑여제'가 귀환을 알렸다.

한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던 '바둑 여자 1인자' 자리에서 내려와 충격을 줬던 최정 9단이 다시 한번 '여자 최고기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국내 여자랭킹 1위 탈환의 가능성도 높였다.

최정 9단은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김은지 9단을 백 불계승으로 꺾고 종합전적 2-1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대회의 유일한 우승자인 최정 9단은 대회 4연패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한껏 뽐냈디.

지난 10년 8개월 동안 여자 랭킹 1위를 지켜온 최정 9단은 이달 5일 발표된 랭킹 점수에서 김은지 9단에게 11점 뒤져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이번 결승 맞대결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9월 랭킹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특히 이번 승리는 한동안 바둑팬들을 걱정케 했던 '하향세'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완벽한 승리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결승 1국에서 예상 밖으로 힘없이 패배했던 최정 9단은 결승 2국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최종국에서도 무결점의 승리로 우승을 자축했다. 김은지 9단의 패착을 찾기 어려운 최정 9단의 명국이었다.

최정 9단.(사진 한국기원 제공)

우승을 확정 지은 후 가진 인터뷰에서 최정 9단은 "바둑은 이길 때도 배우지만 질 때 더 많이 배운다. 그래서 요즘 배우는 게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요새 성적이 좋지 않아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좀 마음고생을 하셨을 것 같은데,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바둑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김은지 9단에 대해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김은지 선수가 너무 잘 두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으로 바둑을 둔다"고도 했다.

한편 전기 대회 결승에서 최정 9단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김은지 9단은 이번 대회에서도 최정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은지 9단은 대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결승전에서 진 두 판은 최정 사범님이 워낙 잘 두신 것 같다. 내가 조금 부족했다"며 "정말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는데, 준우승해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은 지난 5월 열린 예선에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 42명이 출전해 5명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은 예선 통과자 5명과 전기 시드 최정·김은지 9단에다 후원사 시드 스미레 3단 등 모두 8명이 패자부활 토너먼트를 벌였으며, 그 결과 최정 9단과 김은지 9단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결승에 올랐다. 지난해 결승에서도 김은지 9단이 먼저 웃었지만,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최정 9단이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방송을 맡은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상금은 4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사진=한국기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