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쏘아올린 ‘AI 개방’… ‘3차 소스 대전’ 시작됐다
“최초의 오픈소스 초대형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합니다. 오픈소스가 주도하는 새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최신 거대 언어 모델(LLM) ‘라마 3.1′을 공개하며 이처럼 밝혔다. 라마 3.1은 매개변수가 4050억개에 달하는 초대형 모델로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H100 1만6000대로 훈련됐다. 그동안 소형 AI 모델을 선보였던 메타가 초거대 모델을 오픈소스로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AI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저커버그는 “여러 회사가 폐쇄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오픈소스 AI 모델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고 곧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성형 AI의 주도권을 두고 오픈소스 진영과 폐쇄 진영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오픈소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소스 코드(원본 코드)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을 뜻한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만 유료로 제공하는 오픈AI의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는 폐쇄형 AI 모델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도 LG AI 연구원이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엑사원 3.0′의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로 일반에 공개했다. GPT, 제미나이에 도전하는 AI 모델이 개방형으로 시장에 공개되면서 오픈소스 AI 혁명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왜 오픈소스로 내놓을까
현재 AI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오픈AI의 GPT,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모두 폐쇄형 AI 모델이다. 소스 코드뿐 아니라 학습할 때 사용한 데이터, 매개변수 등 기술 정보도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AI 모델이 해커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공개를 거부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AI 모델을 완전히 공개하면 경쟁사한테 빠르게 추격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회수 측면에서 볼 때 AI 모델을 폐쇄적으로 운영해야 수익화가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 후발 주자인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오픈소스 AI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오픈소스 AI가 나아갈 길’이라는 글에서 “오픈소스는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AI의 혜택과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수의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며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이 보다 균등하고 안전하게 배포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LG AI연구원 관계자도 “AI 모델 개발에는 거대 투자가 필요하다”며 “학계, 연구 기관, 스타트업 등이 LG그룹의 엑사원 경량 모델을 가져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AI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크업계에서는 이들의 속내가 오픈소스를 무기로 삼아 AI 선두주자의 아성을 깨뜨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AI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사용자를 대거 확보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AI 훈련에 활용할 수 있어 AI 모델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AI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인프라처럼 자신들의 AI 모델을 널리 확산시킨 뒤 나중에 수익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AI 업계 표준 전쟁에서도 이용자를 다수 확보한 개방형(오픈소스) AI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방 對 폐쇄 AI, 승자는?
첨단 기술에서 개방형과 폐쇄형의 경쟁은 과거부터 있어 왔다. AI 기술에 앞서 1990년대 벌어졌던 PC 운영체제(OS)의 유닉스와 리눅스 간의 경쟁이 대표적이다. 초반에는 성능과 보안이 뛰어난 폐쇄형 OS인 유닉스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후발 주자인 리눅스가 개방형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며 서서히 영향력을 확대했다. 모바일 OS에서는 개방형 안드로이드(구글)가 폐쇄형 iOS(애플)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컴퓨팅 초기에는 기업들이 폐쇄형 유닉스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나 오늘날은 오픈소스인 리눅스가 산업 표준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며 “AI도 비슷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오픈소스는 유지 보수가 불리하고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서 오픈소스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누가 승자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픈소스(Open Source)
프로그램 개발자가 원본 코드(소스 코드)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소스 코드를 열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정, 배포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소스 코드가 공개돼 오류 해결과 문제 개선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누구나 접근 가능해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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