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에 ‘총알 탄 대세론’… 美 대선 경마중계식 보도 지나쳐

정리/김정형 기자 2024. 8. 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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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8월 정례 회의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경희·김재련·김별아 위원, 김도연 위원장, 이성주·고산·민세진·장부승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 /조인원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2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김태수(변호사),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트럼프 피격

-<”신이 트럼프 구했다” 총알 탄 대세론>(7월 15일 자 A1면)에서 제목이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총알 탄 대세론’, 즉 그것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 것은 부적절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자세한 경과를 당장 알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발생 원인 분석이나 미국 사회가 벌이는 반성의 노력 등이 다뤄졌어야 했다. 미국 대선에 대해 지나치게 경마중계식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격뿐 아니라 후보자 교체와 전당대회 등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졌지만, 선거를 좌우하는 정책적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제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 담당 참사의 인터뷰를 3일(7월 16~18일 자)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코로나 이후 탈북자들의 현황과 북한의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해 인상적이었다. 북한 젊은 층이 통일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은 통일에 대한 우리 젊은이들의 부정적 태도가 늘어나는 것과 비교돼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 줬다. 탈북자 리포트를 통해 이념을 떠나 현실적 문제로 통일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인터뷰한 <트럼프 2기가 하늘이 한국에 내려준 ‘큰 기회’일 수 있는 이유>(조선닷컴 7월 14일)는 트럼프 피격으로 급변한 미 대선 상황에서 유의미했다. “한국이 제일 중요하다는 착각 아래 다른 나랏일엔 극도로 무관심한 ‘한반도 천동설’이 요즘 유행” “개발도상국 시대의 이익(利益)지향적 타성에 갇혀 가치(價値)지향적 선진국 세계관으로 전환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한국 언론이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한 이번 한일 간 합의는 비교적 잘된 협상이다. 일본은 징용 사실과 그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문구를 표시하는 데 합의해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 <”日, 징용령 명기했지만… 강제 노동 책임은 기업에 넘겨”>(7월 30일 자 A8면) 등에서 ‘강제’라는 문구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징용의 ‘징(徵)’은 ‘강제성’을 담고 있다. 기사에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삭암·지주·운반 같은 위험한 작업에 많이 투입됐다”는 대목이 있는데, 일면적(一面的) 사실이다. 당시 사도광산에 젊은 일본인 남성은 거의 없었다. 모두 전선(戰線)으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사도광산 강제 노동과 관련, 조선일보가 진지한 토론의 장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지각사회

-[인생 시계 바꾸는 ‘지각사회’](7월 12~18일 자)를 5회에 걸쳐 연속 보도했다. <40대 출산에… ‘할마·할빠’도 10년씩 뒤로 밀려> 등 다양한 주제가 흥미로웠다. 다만 비슷한 자료가 자주 등장했고, 논리 전개에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보였다. <60대 재취업, 70대 ‘황혼 육아’… 은퇴 나이에 등골 휜다>(7월 13일 자 A4면)에선 ‘은퇴 지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노인 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오히려 노인 빈곤이 문제라서 지각 은퇴를 한다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 5일 만에 신청자 1500명>(7월 24일 자 A10면) 등은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도 관련이 있다. 내·외국인 임금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때문에 최저임금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社說] 최저임금제 개선 필요성 보여주는 필리핀 도우미 문제>(7월 25일 자 A35면)는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 방식을 활용해 ILO 협약을 우회하는 방안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약점은 곧 먹잇감… ‘레커(폭로 유튜버)’ 협박에 천만 유튜버도 당했다>(7월 12일 자 A12면)를 보면 갈취와 협박, 폭로의 악순환이 고리처럼 이어졌다. 돈벌이 수단으로 피해자를 이용하는 유튜버, 가짜 뉴스를 방송하는 이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리는 법 개정을 촉구해야 한다.

-<진실화해위 첫 조사 “재일교포 강제 북송은 인권 유린… 일본 정부도 북한 정권 인권침해 용인”>(8월 8일 자 A12면)에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북한과 일본에 떠넘기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북송 저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재일 조선인이 정체성을 유지할 구심점을 제공하거나, 이들을 품겠다고 한 적이 있나. 당시 정부가 북송에 대항해 ‘남송(南送)’ 사업을 펼쳤다면 재일 교포들이 북한을 선택했을까.

36주 낙태

-<유튜브에 ‘36주 낙태 영상’ 버젓이… 불붙은 낙태 논란>(7월 17일 자 A12면)에서 ‘논란’이라고 제목을 달아도 되는지 의문이다. 임신 22주 정도면 태아가 모체에서 분리돼도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 36주 낙태는 사실상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의 입법 시한을 2020년 말까지로 정했는데, 아직도 법을 만들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의 직무 유기에 대해 엄중히 비판해야 한다.

-<’빅5′ 중환자 병상 15% 늘려, 美 존스 홉킨스처럼 바꾼다>(7월 12일 자 A4면)는 ‘빅5(5대 대형 병원)’만이 좋은 병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암 같은 중병에 걸렸을 땐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지방 병원과 중소 병원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문제도 간과하고 있다.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대형 병원만 혜택을 받는 구조는 의료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모든 병원이 동일한 의료 환경과 수가 체계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한 정책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의 플라스틱 분리 배출과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 8월 8일 자부터 시작한 [플라스틱, 적게 쓰고 다시 쓰자]는 의미 있는 기획이다. 재활용 정책이 일상화하면서 지나쳤던 후속 조처나 실제 재활용률 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시각을 넓혀 인류 전체의 미래를 조망하는 측면에서도 다뤘으면 좋겠다.

티메프

-<일상이 된 이커머스, 안전망은 없었다>(7월 27일 자 A10면)와 <[社說] 티몬·위메프 사태, 기업 탐욕과 정부 무사안일의 합작품>(A31면)에서 ‘티메프 사태’의 문제점을 따졌다. 피해 납품업체와 소비자가 많다 보니 어떻게 구제해 줄 것인가에 대해 목소리가 높다. 조선일보를 포함해 언론 분위기는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이커머스에도 들어와야 한다는 쪽이다. 규제가 없어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몰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입장을 언론이 부추기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그러한 규제 요구는 온당한가. 이커머스 규제가 약한 게 아니라 오프라인 규제가 과도한 것은 아닌가. 사고가 터질 때마다 규제를 강화해야 하나. 납품업자나 소비자가 스스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 여자도 쓸만하네”(폴드6 써본 언니 기자) vs “화면 주름 안보이네”(플립6 써본 아재 기자)>(7월 18일 자 B7면)는 새로 나온 폴드6가 무게가 가볍다는 취지인 것 같다. 휴대폰 성능을 비교하면서 굳이 성별 차이를 이렇게 강조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여성 고객을 겨냥해 새로 낸 핑크색 폴드”라고 했는데, 적어도 조선일보는 특정 색상과 성별을 결부해서 언급하는 것을 지양했으면 좋겠다.

-평소 논문에 관심이 많아 <”글로벌 새 논문 10%, AI 도움 받아… 中은 3분의 1(컴퓨터 과학 관련)”>(7월 19일 자 B11면)을 꼼꼼히 읽었다. 논문을 작성할 때 생성형 AI의 도움을 얼마나 받는지는 학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기사에 ‘AI의 도움을 받아’ ‘거대 언어 모델로 처리’ ‘AI를 활용’ ‘AI가 쓴 것으로 추정’ 등 다양한 표현이 나오는데 이들은 사실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논문 쓸 때 AI 도움을 받는 여러 방식을 하나로 뭉뚱그려 비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올림픽

-올림픽 보도와 관련, 실시간으로 경기 상황이나 결과를 알려주는 방송이나 인터넷과 달리 신문은 뒤늦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지 주목했다. <[태평로] 파리 올림픽, 나만의 감동을 찾아라>(7월 29일 자 A35면)가 조선일보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내란과 빈곤의 나라 ‘아름다워서 더 슬픈 유니폼’>(7월 27일 자 A14면) <나라는 없지만 ‘나’라도 뛰겠다>(A25면) <팔은 잃었지만, 꿈을 잃진 않았다>(8월 7일 자 A24면) 등이 그런 맥락에서 의미 있었다. <가장 늙은 나라에서, 가장 젊은 스포츠 석권>(8월 3일 자 A24면)은 우리 스포츠의 미래 전략을 일깨웠다. 파리 올림픽 기조인 ‘정치적 올바름(PC)’이나 친환경에 대해 비판적 논조가 없지 않았으나,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비교적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이었다.

-<세계를 울린 우크라이나 ‘칼의 노래’>(7월 31일 자 A1·2면)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조선일보가 국가주의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전쟁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한민국 선수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간발의 차이로 동메달을 딴 우크라이나 선수의 상대는 우리나라 최세빈 선수였다. 패배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조금 더 배려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같은 그림 맞춰볼까요?”… 이젠 어르신 찾아가는 ‘눈높이 선생님’>(8월 9일 자 B3면)은 그래픽의 좌측 하단에 ‘Midjourney’라고 표시해 인공지능에 의해 제작된 그래픽임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언론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한 ‘고지 방식(AI Disclaimer)’이 다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해 제작됐음’과 같은 간단한 설명을 추가하기도 한다. 조선일보도 일관성 있는 표시 방식을 마련할 때다.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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