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되찾은 광복절에 펼쳐진 기막힌 풍경들

조선일보 2024. 8. 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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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 등 주최로 열린 광복절 제79주년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입장하며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광복회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고 반발하면서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다. 한편 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이덕훈 기자

올해 8·15 광복절 경축식이 정부와 광복회 두 쪽으로 갈라져 따로 치러졌다. 해방 후 79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신임 독립기념관장 인사에 ‘친일’이라고 반발해 온 광복회는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 기념행사를 열었다. 여기엔 민주당 지도부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등이 나왔다. 이념·정파 구분 없이 국민 통합과 경축의 장이었던 광복절이 난데없는 친일 공방으로 얼룩지며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기막힌 상황이 됐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진정한 광복을 향해 나아가자고 했다. 같은 시각 이종찬 광복회장은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고, 독립운동을 폄훼하며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는 윤 대통령을 향해 “물러나라”고 했고 “타도 윤석열” 구호도 나왔다. 광복절 경축이라는 본연의 의미가 사라지고 정치적 색채의 집회로 변질돼 버렸다.

광복회는 당초 ‘정치인 참석 불가’라고 했지만 야당 지도부를 내빈으로 맞아 맨 앞줄에 앉혔다. 민주당은 “정신적 내선일체 윤 정권의 역사 쿠데타” “광복절을 친일 부활절로 만든 최악의 매국 정권”이라며 범국민 저항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은 조선총독부 10대 총독이자 왕초 밀정”이라며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이종찬 회장은 ‘건국절 추진’을 문제 삼았지만 윤 대통령은 거듭 추진 의사가 없다고 했다. 광복회는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면 친일파’라고 했다. 하지만 상하이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지내고 ‘뼛속까지 반일’이었던 이승만을 어떻게 친일로 몰 수 있나. 이 회장이 독립기념관장으로 민 인사가 탈락하자 이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인사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다 사태를 더욱 키웠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현 야권과 좌파 진영을 겨냥,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로 국민을 현혹해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는 반자유 세력과 반통일 세력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했다. 상대방 비판보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해방된 지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친일’ 프레임이 판치는 현실은 참담하다. 문재인 정부 때 김원웅 당시 광복회장은 “대한민국은 반민족 친일”이라고 매도해 광복절을 두 쪽 냈고, 문 당시 대통령은 이를 방조하며 박수까지 쳤다. 그러던 민주당이 또다시 ‘친일’ 이슈를 들고나와 정권 공격의 소재로 쓰고 광복절을 망치고 있다.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는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수출액은 일본 턱밑까지 올라갔다. 제조업,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았거나 추월한 나라가 됐다. 일본 편에 붙어 나라를 팔아먹고 국익을 훼손하는 매국 친일파가 지금 대한민국에 어디 있단 말인가. 있지도 않은 친일파 몰이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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