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 문 열어 놓고 北 변화 이끌어내야

조선일보 2024. 8. 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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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79주년 경축사에서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의 역량 배양과 북한 주민의 변화, 국제 연대 강화 등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을 향해선 실무 차원 ‘대화 협의체’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윤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이 남북 화해 협력을 통해 단계적 통합을 이룬다는 기존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보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 주민의 자유 열망을 자극해 북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통일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내부의 통일 역량을 키우려면 ‘가짜 뉴스’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허위 선동으로 사회를 교란하는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를 “검은 세력” “반자유, 반통일 세력”으로 지칭하고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해 맞서야 한다”고 했다. 북 주민 변화를 위해선 “인권 개선”과 함께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북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의 거짓 선전을 깨닫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김정은이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 위로 연설을 하면서 ‘어르신’ 같은 한국식 용어를 썼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그 말투를 사용하면 처벌한다는 법까지 만들어놓고 스스로 한국식 용어를 썼다는 것은 김정은부터 한류 등에 빠져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김정은은 한국 언론의 북 수해 사망자 보도가 과장됐다며 “한국 쓰레기 언론들”이라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북 주민이 한국 보도를 거의 실시간 접하고 있다는 내부 현실을 자인한 것이다.

김정은은 작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통일’이 아니라 ‘분단’을 강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통일은 어떤 경우에도 회피해선 안 될 우리 민족의 역사적 과제다. ‘8·15 통일 독트린’에 북이 일시 반발할 수도 있지만 북의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고선 통일에 한 발짝도 다가갈 수 없다. 북 정권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 아래로부터 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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