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228] ‘총’ 없어도 잘 산다
날씨만큼 뜨겁던 올림픽이 끝났다. 금 은 동메달 순서로 8등. 우리 앞은 미국·중국·일본·호주·프랑스·네덜란드·영국, 워낙 세다. 그 틈바구니에서 이른바 선진 7국(G7) 중 이탈리아·독일 두 나라나 제쳤다. 금메달 얻은 나라가 모두 63곳, 금 은 동 상관없이 메달을 하나 이상 딴 곳은 총 90국이라니 으쓱거려도 괜찮으리.
참, ‘모두’랑 ‘총’은 쓰지 말걸. 구기 종목에서 몇 나라, 육상에서 몇 나라 하는 식으로 늘어놓고 ‘합쳐서 몇 곳’인지 나타낼 때는 ‘모두’를 써야겠지. 여기서는 그냥 ‘금메달 얻은 나라’라고 했으니 ‘모두’는 당연히 문장에 녹아 있어 필요 없지 않은가. ‘모두’ ‘다’를 뜻하는 ‘총(總)’도 그래서 군더더기다.
물론 꼭 있어야 할 때도 있다. ‘월정액을 내면 과일 총 20만원어치를 매주 한 번 서너 가지 묶어 보내준다’, 여기서 ‘총’이 빠지면 한 주에 20만원어치씩 보낸다는 뜻이 될 수 있지만 ‘총’을 씀으로써 한 달 합쳐 20만원어치임이 분명해지므로.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자. ‘금 은 동 상관없이 메달을 한 개 이상…' 너저분하지 않은가. ‘금 은 동 상관없이’는 안 써도 되겠다. 그냥 ‘메달을 하나 이상’ 하면 금이든 동이든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니까. 같은 말이지만 ‘메달을 하나라도’가 좀 더 간명해 보인다.
‘직장인들은 최소한 6시간 30분 이상 자야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한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보고 듣는 표현이다. 한데 ‘최소한’과 ‘이상’이 의미상 겹친다. ‘최소한 6시간 30분 자야’ 하거나 ‘6시간 30분 이상 자야’ 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 말 또한 ‘6시간 30분은 자야’ 하면 끝. 메달과 잠 얘기 모두 보조사(補助詞) ‘라도’ ‘은’을 활용해 깔끔해짐을 새겨두면 좋겠다.
1단이면 너끈하던 선풍기가 3단도 성에 안 차더니…. 총(總) 없이는 살아도 에어컨 없이는 못 살 지경이다. 그래도 더위 모르는 일터 있어 그지없이 고마운데. 내일은 토요일, 쉬는 날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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