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밥데이터] '광복회 없는 광복절', MZ들의 광복절은?

이은영 2024. 8.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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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일본 여행하기, 10명 중 7명은 부정적

'독립기념관 주관 광복절 경축식 행사' 취소된 15일 오전 천안시 주최·주관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 열리고 있다. /천안=박헌우 기자

[더팩트 | 이은영 칼럼니스트] 8.15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35년 동안 일본의 ‘강점(남의 영토, 물건, 권리 따위를 강제로 차지함)’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설마 이날의 의미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겠지요?

온라인 조사업체 피엠아이(PMI)가 작년 광복절을 앞두고 만 15세∼69세 이하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광복절 연휴를 이용해 일본 여행 가기’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특히 태어난 시기를 기준으로 조사 대상을 베이비붐 이전 세대(1964년 이전 출생), X세대(1965∼1980년 출생), 밀레니얼 세대(1981∼1994년 출생), Z세대(1995∼2009년생)로 구분해 인식 차이를 비교했다.

‘일본 여행을 갈 수 있지만 광복절 같은 의미 있는 날에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 50%, ‘언제 어디를 가든 개인의 자유다’ 29.5%, ‘양국의 역사적 관계를 생각할 때 일본 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부정적이다’ 19.9%로 응답했다. ‘일본 여행에 부정적 태도’ 19.9%와 ‘광복절 같은 의미있는 날은 피해야’ 50.0%를 합하면 69.9%로 10명 중 7명은 광복절에 일본 여행 가는 것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광복절엔 가능한 일본 여행을 피해야 한다’는 응답은 세대 구분 없이 대체로 50%대 초반의 응답을 보였다. 하지만 ‘1995∼2009년생’들인 Z세대에서는 47.3%로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응답되었고 ‘언제 어디를 가든 개인의 자유’라는 응답은 다른 세대보다 다소 높은 30%대를 보였다.

또한 광복절의 의미를 아는지에 대해서는 83.4%가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Z세대는 73.2%로 전체 평균보다 다소 낮게 조사되었다.

MZ세대는 광복절의 의미를 영화나 게임에서 더 체감하는 것 같다. 인천 시내 주요 독립운동 장소를 가상세계로 만들어 독립운동을 체험하게 하는 ‘인천크래프트1945맵’은 인천시가 제작해 관심을 끌었다.

올해는 김원봉, 유관순, 안중근, 김마리아, 홍범도,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이 활짝 웃으며 만세를 부르는 동작을 AI로 모션화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AI리마스터링 기술을 이용해 더 선명하고 깨끗하게 복원한 1945년 해방 전후의 영상 자료들을 보면 그 당시 우리 선조가 느낀 광복의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에메랄드빛 ‘독도 여행’도 MZ세대에겐 광복을 느끼게 하는 콘텐츠다. ‘태극기 부대’로 오염된 이미지가 아닌 청정 지구에서 태극기와 함께 독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때문이다.

◆AI, 메타버스, 독도문방구, 파묘 등 문화컨텐츠를 통해 광복의 의미 느끼는 MZ세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MZ세대에겐 광복의 의미를 더 잘 알게 해주는 것 같다. 1200만 관객을 모은 '항거-유관순 이야기'와 무장독립단체인 의혈단을 다룬 '밀정' 등이 선조들의 항일 정신을 후손들에게 보여준다. 올해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파묘'의 주인공 이화림은 14살 나이에 3.1운동에 참여하고 김구 선생 비서로 한일애국단에서 활동한 ‘이화림 지사’를 모티브로 한다.

결국 MZ세대의 역사관은 텍스트 보다는 영상과 문화 콘텐츠에 기반한 정서적 접근이 더 효과적인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MZ세대들이 보기에도 ‘이상한’ 광복절이 되고 있다. 광복절 행사의 주인공인 광복회가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불참을 선언하고 행사를 따로 치르면서 경축 받아야 할 기념식이 두 동강 났기 때문이다. 의전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에 가지 않았다. 원인은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주요 기관에 식민사관(植民史觀 : 한국인은 자립 능력이 없기에 일본의 한국 지배가 정당하다는 조작되고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인사들이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해군이 1986년부터 매년 2차례 해오던 동해영토수호훈련(독도방어훈련에서 명칭 변경)을 아직까지 실시하지 않고 있는데다 훈련 지역도 독도 인근이 아닌 포항-울산 해역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독도를 둘러싼 ‘이상한’ 일은 올해 초에도 일어났었다. 국방부가 전 장병 정신전력교육을 위해 만든 기본 교재에서 독도를 ‘영토분쟁지역’으로 기술했을 뿐 아니라 책에 나오는 한반도 지도에서 독도를 모두 빠트려 교재를 전량 회수하는 사고가 일어났었다.

‘이상한’ 일은 ‘이상한’ 지도자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선조들이 목숨을 내놓고 지켜온 광복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 정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설마 윤 대통령이 광복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겠지?

leyug2020@naver.com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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