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새벽 기미가요, NHK 보는 줄…

이다원 기자 2024. 8.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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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와 미군 사랑 다룬 오페라 ‘나비부인’ 방송 비난 봇물
이승만 독재 미화 다큐멘터리 방영에…노조 반발도
KBS “시의성 파악 못한 제작진 불찰” 사과
KBS1 ‘KBS 중계석’에 방송된 ‘나비부인’의 한 장면. KBS 방송 캡처



공영방송이라던 KBS에 나사가 하나 빠진 걸까. 광복절에 기미가요를 틀지 않나,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의 다큐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해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 0시 KBS1 ‘KBS 중계석’에선 19세기 일본 게이샤와 미국 해군 중위의 사랑을 다룬 ‘나비부인’을 방송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은 초토화됐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는데다, 중간에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이 광복절 당일 편성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기모노 방송을 하다니 미쳤네. 공영방송 맞나요? 제정신입니까”라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이게 제정신으로 한 편성이 맞습니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청원은 10시 기준 2683명의 동의를 받으며 많은 이의 분노를 입증했다.

이승만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 공식포스터.



이뿐만 아니다. 이날 KBS1 ‘독립영화관’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미화한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방영한다. ‘독립영화관’은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지만 하루 전인 광복절에 굳이 추가 편성해 ‘기적의 시작’을 방송하는 셈이다.

‘기적의 시작’은 대한민국 건국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3·15부정선거나 4·19혁명이 그가 아닌 사람들의 잘못으로 벌어진 것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서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했다가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 등의 이유로 불인정 판단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KBS의 이러한 결정 때문에 지난 12일엔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고, 13일엔 KBS 전국기자협회 제주지회, KBS PD협회 제주지부, KBS 영상제작인협회 제주회원, KBS 아나운서협회 제주회원 등 KBS 제주방송총국 구성원들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도 이를 비난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지난 13일 게시된 ‘독재를 미화하는 영화를 광복절에 반영? 이게 정녕 한국 공영방송이 할 짓입니까?’란 글에는 1218명이 동의하며 비난에 불을 당겼다.

이에 대해 KBS 측은 “공연 예술 녹화 중계 프로그램인 ‘KBS 중계석’ 프로그램과 관련해, 시청자들에 우려와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며 “당초 6월 29일에 공연이 녹화되었고,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뀐 일정을 고려하여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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