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08] 화웨이 전기차의 수상한 작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2024. 8. 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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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현국

계면활성(界面活性)이라는 말은 다소 어렵다. 그러나 이 단어가 비누나 합성세제의 성질을 일컫는다고 하면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두 물질이 직접 맞닿는 ‘계면’을 서로 섞어 그 대립적인 성질을 무너뜨리는 작용이다.

‘계(界)’는 본래 공간이나 영역의 의미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세계(世界)’라는 단어에서 ‘세’는 시간, ‘계’는 공간을 가리킨다. 우주(宇宙)라는 말에서 ‘우’는 공간, ‘주’가 시간을 지칭하는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불가에서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 개념이 ‘세’,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사방(四方)과 그 간방을 합친 팔방(八方)이 ‘계’를 이룬다고 한다. 시공(時空)의 큰 개념이지만, ‘세계’는 이제 지구촌을 일컫는 말로 굳었다.

‘계’의 초기 글자 꼴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 표시다. 그로써 경계(境界), 변계(邊界), 한계(限界) 등의 조어로 이어진다. 나아가 일정한 영역을 표시하는 학계(學界), 교계(敎界), 욕계(欲界) 등의 숱한 단어로도 쓰인다.

중국 최대 IT 기업으로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화웨이(華爲)그룹이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우선 문계(問界·AITO)라는 자동차다. 천하 패권의 상징이었던 세 발 솥[鼎]의 무게를 물었다는 옛 ‘문정(問鼎)’의 고사를 패러디한 명칭이다.

‘문계’는 따라서 세계 패권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이를 기점으로 ‘사계(四界)’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문계’ ‘지계(智界)’ ‘향계(享界)’ ‘존계(尊界)’다. 세계 챔피언을 노리며 스마트함[智], 편의성[享]을 보태 최고[尊]의 경계에 오르겠다는 포부다.

‘중화의 자부심으로 일을 이루겠다[中華有爲]’는 뜻에서 취한 화웨이그룹 명칭에 어울리는 작명이다. 과도한 국가주의가 눈에 거슬리지만, 미국의 제재에 맞서려는 의지와 조바심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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