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유현]‘126% 룰’에 갇힌 빌라 시장… 임대인 살아야 공급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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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자영업자 A 씨는 최근 처음으로 캐피털에서 대출을 받았다.
금리는 연 12%. 이유는 전세사기 피해 확산 이후 생긴 '126% 룰' 때문이었다.
A 씨는 "매매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있다"며 "보증보험이 전세사기 잡으려다 정상적인 임대인들까지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126% 룰에 갇혀 투자 가치가 확 떨어진 시장에 굳이 새로운 임대인이 유입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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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자영업자 A 씨는 최근 처음으로 캐피털에서 대출을 받았다. 금리는 연 12%. 이유는 전세사기 피해 확산 이후 생긴 ‘126% 룰’ 때문이었다.
A 씨는 수년 전 노후 준비로 수도권 소형 오피스텔 6채를 분양받아 전세를 끼고 갭투자 했다. 하지만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 지목되며 노후 계획이 어그러졌다. 사기범들이 가입 문턱이 낮은 보증보험을 악용해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한도를 주택 가격의 100%에서 90%로, 주택 가격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췄다. 결국 보증 한도가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낮아졌다.
전세사기로 신뢰가 무너진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시장에서 임차인들은 보증보험 없이는 계약을 하려 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보증금 한도가 곧 전세금 상한선이 됐다.
A 씨는 올해 6채 중 2채의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한 곳은 전세금을 1억7000만 원에서 1억3500만 원으로, 다른 한 곳은 1억5000만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낮췄다. 갑자기 수천만 원이 나올 구멍은 없었다. 결국 캐피털에서 고금리에 돈을 빌렸다. 하는 수 없이 한 세입자에게는 줄어든 보증금의 연이자 6∼7%에 해당하는 월세를 받기 시작했다. 세입자로서도 예상치 못한 고정 지출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남은 4채다. A 씨는 “매매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있다”며 “보증보험이 전세사기 잡으려다 정상적인 임대인들까지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대인은 전세사기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임차인은 빌라를 기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결국 투자와 주거 모두 아파트에 집중되고 있다. 청년의 주거사다리가 돼야 할 빌라와 다가구, 다세대 주택 공급은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비아파트 인허가는 2007∼2023년 상반기 평균치의 10%에 그쳤다.
정부는 무너진 비아파트 시장을 ‘8·8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선량한 임대인을 유치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는 보였지만 실효성은 낮다는 평가다.
‘단기등록임대’ 부활이 대표적이다. 1주택자가 소형주택을 구입해 6년 단기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주택자 가운데 비아파트에 여유자금을 장기간 묶어둘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만큼, 결국 공급 효과를 내려면 다주택자에게도 세제 인센티브를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세제 특례 기한도 2027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126% 룰에 갇혀 투자 가치가 확 떨어진 시장에 굳이 새로운 임대인이 유입될지 미지수다.
그나마 126% 룰과 관련, HUG 신청자에 한해 공시가격 대신 감정평가액을 반영해 보증보험 문턱을 소폭 낮춰주는 방안이 12일 시행된 건 다행이다. 임대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주택 유형이나 금액에 따라 차등화하거나 전세보증금 일부만이라도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도 추가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결국 공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강유현 산업2부 차장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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