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100㎞ 100회 완주… 즐기며 달리니 무릎 멀쩡해요”
등산을 즐기다가 2004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문들이 주축이 된 휘문교우마라톤동호회(휘마동)를 만나면서다.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2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모는 이한구 씨(63)는 지난달 27일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500회째, 4일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을 100회째 완주했다. 20년간 대회에 출전해 달린 거리만 3만1000km가 넘는다.
“산을 타다가 2003년 우연한 기회에 10km 단축마라톤에 출전했어요. 기록이 52분대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기록이 좋다고 마라톤을 해보라는 겁니다. 그래도 막상 할 엄두를 못 내다가 휘마동을 알게 됐죠. 2004년 1월부터 함께 달렸습니다.”
“2009년 울트라마라톤을 처음 달렸습니다.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울트라마라톤이 보이더라고요. 그해 4월 서울 남산에서 열린 50km를 완주했고 6월 처음 100km를 13시간 50분에 완주했어요. 풀코스와 병행하며 1년에 100km 이상을 2, 3차례 달렸는데 2017년 1961년생 소띠울트라마라톤모임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게 됐습니다.”
‘소띠모임’은 훈련을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전국 울트라마라톤대회를 함께 출전하는 동호회다. 이 씨는 2017년 8회, 2018년 17회, 2019년엔 무려 25회나 100km 이상 대회를 뛰었다. 2019년 6월 200km도 34시간 42분에 달렸다. 100km 개인 최고기록은 2018년 11월 세운 11시간 33분. 하지만 13시간에서 16시간까지 천천히 달리고 있다.
“사람들이 울트라마라톤 하면 겁부터 먹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쉬워요. 전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내리막에서만 달립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입니다. 힘들면 쉬었다가 갑니다. 10시간 이내에 들어오려고 열심히 달리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 몸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습니다.”
이 씨는 마라톤 시작 초반에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훈련을 하지 않고 대회 출전만 하고 있다. 이 씨는 “풀코스를 4시간 이내로 들어오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훈련하는 게 스트레스가 됐다. 매일 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풀코스 50번 완주한 뒤부터는 훈련을 하지 않고 대회만 뛰고 있다”고 했다. 그 대신 거의 매 주말 대회에 출전했다. 전국의 마라톤대회는 거의 다 달렸다.
하지만 택시를 운전하면서 하루 600∼700보밖에 걷지 못해 훈련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마라톤 대회가 크게 준 것도 그의 경기력을 떨어뜨렸다. 출전 대회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풀코스에서 ‘서브포’ 기록을 내기 힘들었고, 100km도 16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펀런(즐겁게 달리기)’도 기본적인 체력이 돼야 할 수 있다.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 씨는 17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제20회 부산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 100km에 출전한다. 100km 100회째를 완주하고 2주 만에 다시 달린다. 지금까지 100km를 100회 넘게 달린 사람은 그가 국내 36번째라고 했다.
“생각의 차이입니다. 전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할 때 지인들과 얘기하며 즐겁게 달립니다. 여유를 찾으려 합니다. 완주하면 몸 안의 온갖 찌꺼기가 빠져나간 기분이죠. 이 재미로 달립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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