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中규모 시장 공략 ‘마이티 미들 스타트업’의 생존전략

벤저민 핼런 워싱턴대 포스터경영대학원 석좌교수 2024. 8. 1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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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대규모 시장을 공략해 10년 이내 수십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하는 벤처 규모의 스타트업이다. ‘유니콘’을 목표로 하는 벤처 스타트업은 많은 벤처 자본가와 에인절 투자자의 관심을 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작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지역 음식점, 소매업체, 서비스 회사와 같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있다. 이 두 극단 사이에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마이티 미들(the mighty middle)’이라 불리는 중형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벤처 스타트업처럼 큰 기업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의미 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5∼10년 내에 수백만∼수천만 달러의 기업 가치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이티 미들은 ‘바다’를 목표로 하는 벤처 규모의 스타트업이나 ‘연못’에서 경쟁하는 중소기업과 달리 ‘호수’와 같은 중간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마이티 미들 기업의 한 예로 2015년 미국에서 설립된 서플라이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남성용 미용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서플라이는 고객 커뮤니티와 킥스타터 캠페인, 소셜미디어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소수 직원으로 수백만 달러의 연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이티 미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사업 초기부터 일반 스타트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벤처캐피털과 에인절투자자가 벤처 규모의 스타트업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마이티 미들 스타트업은 창업가가 자비로 자금을 조달하고 부업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보모 경험이 있는 두 창업자가 설립한 미국 여아용 의류 제조업체 리틀 스타킹 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자재비 300달러를 신용카드로 결제했고 인스타그램 주문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조금씩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충분한 수익을 올리기 전까지는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매출을 쌓아 나갔다. 일부 마이티 미들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초기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지만 정부 자금의 대부분은 기술 혁신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에 지원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마이티 미들로서 헤쳐 나가야 할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 강점도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소규모 비즈니스에 비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 많은 기업가에게 마이티 미들은 벤처 스타트업에 비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정 수준의 규모에 도달한 마이티 미들 창업가들은 일반적으로 외부 전문 투자를 유치하지 않아 더 많은 통제권과 지분을 보유한다. 따라서 인수나 기업공개를 기다릴 필요 없이 회사 수익을 보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전문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장을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외부 기업 입장에서도 마이티 미들은 혁신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공급업체 또는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식품 및 필수소비재 분야 기업과 사모펀드는 성장세에 있는 마이티 미들을 인수해 유통이나 제조 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다. 소매업체들도 온라인에서 초기 인지도를 얻어 폭넓고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마이티 미들과 협력하면 혁신 제품과 브랜드를 보다 많은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 일례로 남성용 비누 브랜드 닥터스쿼치는 월마트를 비롯한 주요 대형 소매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다. 식품 스타트업인 레시피 33은 다양한 맛의 아몬드를 홀푸드, 스프라우츠, 하이비 등의 소매업체를 통해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중견 기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한정된 자원으로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마이티 미들의 기회가 더 많아졌으며 기업가에게도 다양한 형태의 창업 시장이 열려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생태계 모두가 마이티 미들의 특징을 잘 이해한다면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마이티 미들 스타트업에 주목하라’를 요약한 것입니다.

벤저민 핼런 워싱턴대 포스터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에드 핼런 클라비요 공동 창립자·최고제품책임자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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