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역사 망각 정부" 비판한 민주당, DJ 사저는?
"역사를 망각한 정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논평 제목의 일부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뉴라이트 논란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을 놓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특히 공교롭게도 광복절을 앞두고 이같은 일련의 일들이 일어난 점을 지적하며 "79주년 광복절이 일제강점기 역사를 세탁하는 '친일절'이 된다면 광복절은 사상 처음으로 순국선열 앞에 죄를 짓는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교로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18일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일로, 특히 올해는 DJ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15주기가 되는 해이다. 동작현충원에서 추모식이 열리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대표, 민주당 이재명·김두관 당대표 후보 등이 참석한다.
하지만 이를 불과 보름여 앞두고, DJ가 37년간 머문 서울 동교동 사저가 개인 사업가에게 100억 원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야권은 발칵 뒤집혔다.
동교동 사저는 지난 2019년 6월 이희호 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별세 이후 DJ 아들 형제 간의 갈등 대상이 됐다. 이 전 이사장의 유일한 친자인 김홍걸 전 의원이(故 김홍일 전 의원, 김홍업 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사별한 전처 소생) 사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김홍업 이사장이 2020년 1월 사저 처분금지 가처분을 내기도 했으나 같은해 6월 '이 전 이사장의 유지를 받들자'는 데에 합의하며 분쟁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지난달 2일 동교동 사저 소유권을 사업가 박모 씨 등 3명에게 이전했다. 이 소식은 지난 7월 29일 <한겨레>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매입자인 박 씨가 커피 사업을 하는 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유서깊은 동교동 사저가 카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김홍걸 전 의원은 "그분(매수인)은 동교동 집 건물을 부수거나 카페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고 그 건물을 새 단장해서 그대로 두 분 어른께서 계셨던 공간을 보존해 주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민간의 기념관이 되는 것"이라고 이달 8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비판과 반성, 제안이 쏟아졌다. 8.18 전당대회에 나선 이재명 전 대표는 "매각 연유가 어찌 됐든 민주당과 내가 김 전 대통령의 유업을 이어야 할 주체로서 책임감을 갖고 풀어나갈 방법을 찾자"고 말했다고 그의 측근인 김민석 의원이 지난 6일 SNS를 통해 밝혔다.
'영원한 DJ 비서실장' 박지원 의원은 같은날 "동교동 사저 문제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머리숙여 죄인이지만 사과드린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죄송하다"며 김대중재단이 나서 재매입을 추진하고 있고 자신은 정기예금 등 사재 6억여 원을 쾌척하겠다고 밝혔다.
김두관 당대표 후보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나서서 DJ 사저를 역사문화 기념공간으로 만들자"며 "동교동 사저 문제를 푸는데 당 대표 후보는 물론 모든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밖에서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종민 의원 등이 소속된 야권 소수정당 '새로운미래'가 "DJ 탄생 100년이자 서거 15주기에 DJ와 이희호 여사가 37년간 머무른 사저가 개인에게 100억 원에 매각된 사실은 온 국민에게 충격"이라며 "사저 매각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DJ 사저가 팔려서 카페가 된다는 것은 황당한 느낌"이라며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도 "매각된 사저가 일종의 추모공간으로 조성된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상업적 공간으로 바뀔지 알 수 없고, 그걸 막을 권리나 제도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서울시가 대승적 차원에서 사저 매입 후 기념관 조성 등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언필칭 'DJ 정신 계승'을 외쳐온 범(汎)민주당계 야권 정치인들이 사저 매각 이후에야 분분하게 입장을 밝히는 모습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민주당은 DJ 탄생 100주년인 18일 오후,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연다. 민주당은 250만 당원을 가졌고,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해 이번 8.18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만 124만 명에 달한다. 사저 매각 대금은 이들의 1년치 당비에도 못 미친다.
"많은 국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상징적 장소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허탈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서왕진 의원, 지난 9일)라는 말 그대로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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