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K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이야기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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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시즌1이 방영된 후 2년 만인 올해 8월23일 드디어 '파친코' 시즌2가 방영된다.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삶과 그들의 일본과 미국 이민 이야기를 바탕으로 주인공 선자의 부모를 포함한 4세대의 삶을 다루는 대하 서사 드라마이다.
흥미롭게도 한국계 미국인 제작진과 한국 배우들이 한국의 이민자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파친코'의 디아스포라적인 성격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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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디아스포라란 ‘이산’(離散)을 뜻하는 말로, 역사적으로는 ‘팔레스타인 또는 근대 이스라엘 밖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유대인의 경험뿐 아니라 다른 민족들의 국제 이주, 망명,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 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면서 한국계 미국인 쇼러너(각본과 총제작) 및 감독들 그리고 한국, 미국, 일본의 다국적 제작진 참여로 글로벌 기업에 의해 제작되어 애플TV플러스(+)에서 방영된 8부작 드라마이다. 흥미롭게도 한국계 미국인 제작진과 한국 배우들이 한국의 이민자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파친코’의 디아스포라적인 성격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한국의 이민자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해도, 손쉽게 한국 드라마로 포섭해버리면 곤란하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특정한 정체성, 한국 내에서만 살아온 한국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정체성이 이 드라마의 근본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미나리’, ‘패스트 라이브즈’, ‘성난 사람들’ 등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지만 이주와 정착이라는 디아스포라의 보편적 경험에 소구할 수 있는 관점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전반에서 한국계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점점 더 많이 듣고 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손쉽게 K로 퉁치지 말고, 그들의 특수한 경험과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우리의 이야기의 한계를 넓히고, K컬처가 보다 많은 소수자의 보편적 공감을 얻을 가능성을 그들의 목소리로부터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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