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손에 땀 쥐었다’ 한국과 명승부 함께 만든 상대 [파리올림픽 결산]

허윤수 2024. 8. 1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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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부는 홀로 만들 수 없다.

비록 승자와 패자로 희비가 엇갈리나 그만큼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받는다.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경기에서도 여러 명승부가 연출됐다.

한국 선수 동·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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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엘리슨, 김우진과 4.9mm 승부 펼쳐
사격 황위팅, 냉혈한 모습으로 화제
유도 리네르, 패자 손 들어주는 모습으로 박수받아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과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우석이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명승부는 홀로 만들 수 없다. 비록 승자와 패자로 희비가 엇갈리나 그만큼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받는다.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경기에서도 여러 명승부가 연출됐다. 매번 주인공이 되진 못했지만 돌이켜 볼 승부를 선정했다.

‘4.9mm의 승부’, 패자도 인정한 역대급 명승부

사상 최초 양궁 5개 종목 싹쓸이. 양궁 남자 선수 최초의 3관왕. 양궁 그랜드슬램. 한국 선수 동·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이 모든 타이틀은 4.9mm의 차이가 결정했다.

김우진(청주시청)은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브레이디 엘리슨(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영광까지 품는 순간이었다.

김우진과 엘리슨의 승부는 막바지로 향할수록 더 뜨거워졌다. 5세트에서는 양 선수 모두 세 발의 화살을 모두 10점에 명중하며 결승전다운 경기를 펼쳤다. 운명이 갈린 슛오프 역시 모두 10점에 꽂아 넣었다. 다만 정중앙까지의 거리가 55.8mm로 엘리슨(60.7mm)보다 가까웠던 김우진이 정상에 등극했다. 두 사람의 화살 거리 차이는 4.9mm였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김우진(왼쪽)과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엘리슨은 모든 걸 쏟아부은 결승전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나와 김우진이 펼친 슛오프는 양궁 역사상 최고의 승부일 것”이라면서 “김우진과 같은 시대에 활동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인상적인 경험”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우진 역시 엘리슨을 향해 “누가 봐도 정말 완벽한 양궁 선수인 것 같다”라며 “축구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면 양궁에는 엘리슨과 김우진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화답했다.

‘냉혈한 10대 명사수’ 황위팅, 한국과는 1승 1패

황위팅(중국). 사진=AFPBB NEWS
호흡 한 번에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사격에서 황위팅(중국)은 차원이 다른 침착함으로 화제가 됐다.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메달을 안긴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결승전에서 마주한 성리하오-황위팅은 흔들림 없이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특히 매서운 눈으로 과녁을 노려본 뒤 미동 없이 조준하는 황위팅의 모습은 국내 팬까지 감탄하게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2006년생으로 18세에 불과하다는 점. 그럼에도 쏘는 족족 고득점을 기록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이 자신의 소총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좀처럼 패할 것 같지 않은 황위팅이었으나 한국의 또 다른 10대 반효진(대구체고)이 멈춰 세웠다. 반효진은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황위팅을 슛오프 끝에 제압했다. 두 사람의 점수 차는 0.1점. 2007년생인 반효진은 한국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프랑스 영웅’ 리네르, 패자 손 들어준 스포츠 정신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인전 마지막 날에서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프랑스 테리 리네르가 은메달을 획득한 김민종의 손을 들어 함께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의 테디 리네르는 그가 왜 ‘프랑스 영웅’으로 불리는지 보여줬다. 이번 대회 전 올림픽 금메달만 3개를 지닌 리네르는 마리 조제 페레크와 함께 성화 점화 최종 주자로 나섰다. 그만큼 프랑스에서 많은 존경을 받는 선수였다.

리네르는 개인전 결승에서 프랑스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업고 김민종(양평군청)과 마주했다. 그는 김민종을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제압하며 또 하나의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경기를 끝낸 뒤 김민종의 손을 높게 들어 올리며 관중의 환호를 유도했다. 패자에게 보내는 승자 그리고 챔피언의 품격이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테디 리네르가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네르는 김민종의 손을 들어준 행동에 대해 “여기 있는 선수 모두가 잘 싸웠고 강한 상대였다”라며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리네르를 보고 1등 하고 싶은 마음을 키워왔다”라며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에서 맞붙은 게 영광이고 대단한 선수라는 걸 느꼈다”라고 돌아봤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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