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원점 재검토
[KBS 대전] [앵커]
혹시 을유해방기념비를 아십니까?
대전시민들이 광복 이듬해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자는 염원을 담아서 성금까지 모아 대전역에 건립한 비석입니다.
50여년 전 대전역 개발과정에서 보문산으로 옮긴 것을 대전역으로 다시 이전하기로 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대전역 이전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연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국전쟁으로 폭격되기 전 대전역 광장 한 가운데 서있는 이 비석.
바로 을유해방기념비입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자며 시민 천여 명의 성금을 보태 세웠습니다.
높이는 약 3.2m, 폭 2.5m.
한자로 새기던 당시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 순한글로 비문을 새겨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임재근/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 : "'한자보다는 한글로 썼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해방기념비의 의미를 알고 함께 해방의 기쁨을 나눌 수 있을 거다'라는 그런 생각으로 한글로 썼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이 비석은 53년 전인 1971년 대전역 정비 사업 과정에서 보문산 한 켠으로 옮겨지면서 시민들 뇌리에서 잊혀졌습니다.
[김영자/대전시민/83년 거주 : "(을유해방기념비라고 들어보셨어요?) 몰라요. (모르세요? 이렇게 생긴 건데. 보시거나 들어보신 적 없으세요?) 모르겠어요. 우리는 들어도 금방 잊어 버리니까."]
그런데 3년 전 역사적 가치를 기리기 위해 대전역으로 다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급물살을 탔고, 대전시도 대전역 이전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결과 을유해방기념비의 대전역 이전을 재검토하고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전을 해야 할 지, 이전한다면 어디로 할 지를 재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안준호/대전시 유산정책팀장 :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고 오가는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기념비를 볼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대전역이었다면, 지금의 대전역은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과연 원래의 위치로만 옮기는 것이 타당한가."]
대전시는 이전 여부 검토와는 별개로 시 등록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을유해방기념비의 역사성을 되살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숩니다.
KBS 뉴스 이연경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이연경 기자 (yg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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