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다, 미국 금리 인하…이제 남은 건 ‘인하 폭’

미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9%…3년여 만에 2%대 진입
연준, 내달 인하 ‘확실시’…불안 요소 산재, 0.25%P 유력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년여 만에 3%를 밑돌면서 9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시장의 관심이 금리 인하의 ‘폭’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9월 0.25%포인트 인하 전망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증시도 한숨 돌리게 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 2021년 3월(2.6%) 이후 3년4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다. 지난 3월 3.5%를 찍은 뒤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기도 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전달(-0.1%)보다 높았지만 시장 예측치에 부합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물가가 과도하게 꺾일 경우 ‘경기 침체’, 과도하게 오를 경우엔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던 시장은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둔화세를 보이자 안도했다. 연준이 가장 신뢰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이달 말 발표되지만, 물가의 흐름을 감안할 때 연준이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5.25~5.50%인 미국 기준금리는 경제가 과열됐을 때만 적절한 수준이라면서 “매우 제약적”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연은의 래피얼 보스틱 총재도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노동시장 냉각 신호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느리게 진행할 여유가 없다면서 9월 인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을 보면 연방 기금 금리 선물 시장은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다만 금리 인하의 폭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9월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 여부도 확실치 않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인 데다 주거비 등 ‘끈적한 물가’가 여전히 이어지면서다. 7월 CPI에서 주거비 물가는 전월 대비 0.4% 올라 전달(0.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주거비의 물가 상승 기여도도 90%에 달했다. 이 때문에 9월 연준이 빅컷에 나설 확률은 CPI 발표 전 53%에서 발표 후 35%까지 떨어진 반면, 9월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47%에서 65%로 높아졌다. 물가 등을 감안해 과도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이던 미국 증시는 전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와 CPI 모두 둔화세를 보이자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반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고, 다우존스는 지난 1일 이후 보름 만에 종가 기준 4만 선을 탈환했다.

특히 기술주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거래일간 11.4% 상승했고,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19.4%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도 지난 5일 주가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 이후 SK하이닉스가 19.6%, 삼성전자가 8.12% 올랐다. 코스피는 지난 5일 이후 8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곤 모두 상승 마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