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선수촌서 선배들 청소·빨래 대신 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직후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던 배드민턴 안세영(22·삼성생명) 발언 배경에는 개인 후원 계약 등 처우 문제뿐 아니라 대표팀 내 구습(舊習)에 대한 불만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배 선수들 빨래와 청소, 라켓 줄 끼우기 등을 대신 해주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는 얘기다.
15일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실이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받은 안세영 관련 면담 자료를 보면 안세영 부모는 협회 전무와 사무처장 등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안세영이 파리 올림픽에 대비해 온전히 재활과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몇 가지를 당부했다.
이 중에는 선후배 간 위계로 인한 억압적 생활 문화도 들어 있다. 선수촌에선 선수들이 각자 자기 빨래와 방 청소를 스스로 한다. 그런데 일부 배드민턴 대표 선수들은 이를 후배에게 시켰다 한다. 배드민턴 라켓 줄 역시 느슨해지면 기계로 다시 당겨야 하는데 후배에게 이를 떠넘긴 선배들이 있었다. 국제 대회에 나갔을 때 숙소를 벗어나 외출하려면 선배에게 일일이 누구와 왜 어딜 가는지 보고하는 관습도 있었다. 안세영은 2017년 만 15세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7년간 대표팀에선 막내로 생활했다.
당시 협회는 면담 이후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1인실을 배정해주고 ‘악습’에 대해선 “당장 완벽히 해결할 순 없고, 점진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답했다. 협회 관계자는 “한 번에 갑자기 모든 걸 (요구대로) 바꿔주면 (다른 선배 선수들 불만이 커져) 본인에게 더 안 좋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배드민턴 경기화를 놓고도 마찰이 있었다. 대표팀 경기화는 협회 공식 후원사(요넥스) 제품. 반드시 이 신발을 신어야 한다. 하지만 안세영은 발에 잘 안 맞는다는 이유로 다른 업체(아식스) 신발을 신게 해달라고 했다. 티격태격한 끝에 요넥스가 안세영을 위해 맞춤 신발을 제작해주겠다고 했으나 안세영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대신 요넥스는 미끄럼 방지 양말을 제공해 신발 불편함을 다소 완화시키려 했고, 안세영은 올림픽 때 요넥스 신발에 이 양말을 신었다.
항공권 좌석 문제도 당시 면담 때 요구됐다. 국제 대회 나갈 때 몸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 일반석보다 비즈니스석에 앉게 해달라는 요청. 이는 비즈니스로 승급 가능한 일반석 항공권을 제공하고 그다음은 선수가 자체 해결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안세영 승급 비용은 소속팀(삼성생명)에서 지원했다. 올림픽 출전 배드민턴 대표팀 중 비즈니스 좌석으로 승급해서 이용한 선수는 12명 중 7명으로 4명은 소속팀에서 비용을 댔고, 3명은 개인 마일리지를 활용했다.
지난 1월 인도오픈 8강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한 이후 선수촌 대신 소속 팀에서 재활하고자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부상이 심하면 코치진 동의 아래 선수촌을 나와 외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당시 김학균 감독 등 코치진은 이를 반대했다. “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소속 팀에서 재활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선수촌에서 직접 재활 과정과 경과를 지켜보려 했다”는 이유였다.
이런 저런 불화를 겪으면서 코치진과 소통이 단절되기도 했다. 원래 안세영을 지도했던 여자 단식 코치와 사이가 멀어져 올해 초 이후 거의 대화도 없었다고 했다. 필요하면 개인 트레이너를 통해 소통했고, 훈련은 인도네시아 출신 외국인 코치가 맡았다. 협회는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이 예민한 만큼 지도자들이 먼저 다가가서 소통하라고 주문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면담에서 안세영 부모는 차등적 포상금 지급 등 성적에 걸맞은 보상 체계 도입, 트레이너 간 불화를 해결하고 전담 트레이너 배치 등을 요구했다. 이에 협회가 안세영과 사이가 가깝던 트레이너 한 모씨를 2월부터 정식 배치했으나, 올림픽 전 계약 갱신 문제로 파리에 동행하지 못했고, 이 같은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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