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눈감은 경축사…이념만 남긴 광복절
국회의장·야당 불참 속 경축식
윤 대통령, 한·일관계 언급 없이
북한에 ‘방점’ 역사관 논란 가중
“검은 선동 세력이 편 갈라” 주장
야 “경축사 아닌 분열사” 비판
윤석열 정부가 세 번째로 맞이한 광복절은 분열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독립기념관장 인사로 촉발된 윤석열 정부의 친일 역사관 논란은 국회의장과 야6당이 정부 경축식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신 흡수통일 방식의 통일비전을 제시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향해선 “반자유·반통일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야당은 “친일 매국 정권” “경축사가 아니라 분열사”라고 비판했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주관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정부·여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매년 참석하던 광복회장과 입법부 대표인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야7당 중에서는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만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비판과 반성 촉구는 한마디도 찾을 수 없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뉴라이트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며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을 소환했다.
광복절 경축사가 일본 식민지배를 비판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반성을 촉구하는 대신 실체도 없는 반자유 세력을 소환해 사회를 갈라치기하고 보수세력을 결집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허은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반쪽 대통령’이라고 세상에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치켜세워 임기 내내 이념 편향성 논란을 빚고 있는 윤 대통령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육영수 여사 서거 50주기를 맞아 육 여사 묘역을 참배했다.
대부분의 야당 인사들은 이날 광복회가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며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행사 참석에 앞서 규탄 성명을 내고 “제2의 내선일체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해 광복절에 이어 오늘도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일본이 사라졌다. 참으로 이상하고 기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부와 광복회 중 어느 쪽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오후에는 용산역 광장에서 강제동원노동자상에 헌화했다.
광복회와 야당의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 불참 배경에는 뉴라이트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거취 문제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역사관에 대한 반발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 과거사 문제 외면, 자유주의 이념에 기반한 편가르기가 광복절마저 분열의 계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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