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AI 구독경제 전환과 편향 속에 숨겨진 노동
지난 몇년 새 인공지능의 속도는 매우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고급 버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서비스와 구글과 애플의 AI 음성 비서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경쟁 중이다. 투자 기술 비용 해결을 위해서라도 ‘구독경제의 길’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이미 지불 능력이 가능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혹자들은 거품 경제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긴 힘들다. 컴퓨터와 AI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 제품들까지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될 정도다. AI 독점 자본주의 시대가 멀지 않은 이유다.
무분별한 AI 자본의 축적과 자기 증식 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권·비윤리적 문제부터 우리 삶에 경계 없이 스며드는 문제가 적지 않다. 2013년 개봉 영화 <허>(Her)에서처럼 AI 비서의 음성 모드와 대화의 톤은 소름끼칠 정도다. 인간의 감정 영역까지 다가왔다. 언어를 배우고 사고하며 공유된 유대감 표현과 기법까지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우리가 확인할 문제는 AI가 노동에 미칠 다양한 영향들이다. ‘디지털 부둣가’라는 표현처럼 AI 활용 속에 숨겨진 노동문제는 적지 않다. AI를 통한 대량생산과 비용절감의 이면엔 디지털 노동착취 공장이 있다. 케냐,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AI 데이터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라벨링과 같은 수작업 노동은 저임금화의 대표적 사례다. 이미 국내 플랫폼에선 작품 단가가 몇십원으로 하락한 곳도 있다.
이 때문에 AI가 미친 영향은 효율성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노동양태를 다층적으로 봐야 한다. AI 도입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상실·불안감 문제는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책임감·전문성은 상실되고 이윤창출에만 몰두한 결과들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2023년 OECD 7개국(금융업·제조업)과 2024년 일하는시민연구소 조사 자료와 비교하면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향후 10년 이후 AI로 인한 실직 가능성은 조사 시점과 대상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가 2~3배 이상 높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실직 가능성이 높은 것은 비슷한데 학력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다. OECD 조사에선 대졸(23%, 고졸 이하 19%) 집단이 높은 것에 비해 우리는 고졸 이하(63.8%, 대졸 59.1%) 집단이 더 높다.
앞으로 채용과 승진 및 해고는 AI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을까. 노동과정의 데이터 수집이나 사생활 침해는 제한된 규제로 통제 가능할까. OECD 조사에선 10명 중 6명이 AI의 데이터 수집으로 인해 업무수행 압박감과 개인정보 보호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너무 많은 데이터 수집은 물론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까봐 걱정했다. 반면 우리는 10명 중 5명 정도에 그쳤다.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플랫폼노동자나 프리랜서는 위험성 인식이 낮았다. 문제는 AI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활용해야 할지 판단의 차이들이다. OECD 결과에선 AI의 해고 대상자(57%), 승진(47%), 채용(40%) 결정 관련 금지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반면 우리는 해고(39%), 승진(26.3%), 채용(26.9%) 결정 금지 의견은 낮았다.
이제 AI 도입과 활용은 “과연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술인가?” 질문을 해야 한다. 새로운 문제 해결과 시간과 업무량 감소 등 효과적인 곳엔 적극 활용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결정에 비해 이점이 없고 오히려 고용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비생산적인 경우는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노동통제는 모니터링이 아닌 디지털 감시의 변형이다. 특히 AI가 채용 및 해고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부터 노동자 감시와 기존의 편견을 내재화하거나 강화할 위험을 간과하면 안 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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