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기후위기 대응 댐이란 없다
지난 7월30일 환경부에서 기후위기 대응 댐을 14곳 짓겠다고 발표했다. 극한 홍수와 가뭄 등으로 물 공급량이 불안정해질 것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라면 매우 위험한 결정으로 보인다. 기상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강수량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할 수 없는 시기에는 댐이 실패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효과는커녕 홍수로 인한 댐 붕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 오히려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댐은 강 하류와 하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흐르던 물을 가두게 되면 수온과 수질, 영양염과 유기물의 양과 질이 바뀌어 용존산소가 부족해진다. 대규모 저수지는 유사(流砂·흐르는 물에 의해 이동하는 모래, 점토 등)의 이송을 99% 이상 차단한다. 유사가 결핍된 물을 ‘hungry water’라고 한다. 물을 따라 새로운 모래가 공급되지 않으면 중요 생물 서식처가 소실되고, 지형이 변화하면서 어류와 저서생물, 조류 등 생물종 다양성이 감소한다. 저수지는 메탄가스를 발생시켜서 강력한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댐을 만드는 재료인 콘크리트와 철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합친다면 그 양은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댐은 절대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댐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1000개의 댐을 해체해 강의 고유한 유량과 유속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두었다. 역동성과 야생성이 존재하는 강이야말로 가치가 높고 사람과 자연 모두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2011년 미국 엘와강에서는 댐을 철거하면서 생태계가 회복되었다. 연어가 돌아오고, 퇴적토가 쌓이자 새들이 돌아왔다. 해변이 형성되니 조개류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댐을 철거하고 강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면서, 댐 개수 세계 6위, 댐밀도 세계 2위인 나라에서 댐을 더 짓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답답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댐을 더 짓는 게 아니라 기존에 건설된 댐의 존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기후위기 대응 댐이란 토건세력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줄 뿐, 곧 다가올 재난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댐 건설은 하류와 해안의 습지를 파괴한다. 생태학자 김산하는 <습지주의자>에서 땅과 물이 만나는 제3의 영역인 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흐르고 넘치고 쏟아지고 고이고 다시 마르고 또다시 젖는’ 물의 속성을 무시한 채 한곳에 가두는 방식의 물 관리 체계를 비판한다. 비가 와서 강물이 넘치는 구역인 습지야말로 강의 일부이고, 강물이 넘쳐흐르면서 영양분이 함께 확산되어야 농작물이 잘 자라는 비옥한 땅이 된다. 비가 올 때는 강물이 불어 습지로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이 과정을 통해 물과 영양분이 재분배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의 생태계는 독립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가까운 주변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공간과도 경계를 넘어 연결되어 있다. 댐의 건설은 물과 토사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전 지구의 생태계를 단절시킨다. 기후위기 대응 댐이란 없다. 댐과 보를 허물어 다시 강이 흐르게 해야 한다. 모래가 구르고, 물고기가 헤엄치게 해야 한다. 비가 오면 물이 넘쳐야 한다. 조각난 생태계를 연결해 다시 숨 쉬게 하는 것만이 유일한 기후위기 대응법이다.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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