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천의 21세기 진보]종부세 개편의 4가지 방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도 주목받은 측면이 있다. 이재명 대표 후보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 발언’이다. 이재명 대표 후보는 종부세에 대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7월10일, 출마 선언), “종부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7월18일, 후보 토론회)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실제로 종부세 개편을 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실제로 해낸다면, ‘리더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현행 종부세가 왜 문제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한국 종부세는 정책 목표가 지나치게 혼재되어 있다. ①보유세 ②부유세 ③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세 ④다주택자 규제세 ⑤지역균형발전세를 모두 추구한다. 보유세의 기본 취지는 재산 가치와 연동된 지역 인프라에 대한 비용 지불이다. 보유세가 ‘재산세’인 이유다.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선진국에서 보유세는 보유세일 뿐이다.
한국 종부세는 세계적으로 유별나다. 다섯 가지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종부세의 진짜 본질이 적폐세(積弊稅)이기 때문이다. 종부세에는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통해 성장한 한국 진보세력의 ‘이데올로기적 염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종부세를 통해 부자도 때려잡고, 부동산 가격 상승도 잡고, 다주택자도 때려잡고, 지역균형발전도 실현하고 싶어 한다.
종부세 세수는 많을 때도 ‘고작 5조원’이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00조원, 토지 자산은 1경1000조원, 1년 재정은 680조원이다. 고작 5조원 규모 세수로는 애초에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종부세의 진짜 효능은 정책적 문제 해결에 있지 않았다. ‘이데올로기적 만족감’이 더 중요했다. 종부세 강화론자들은 종부세가 초부자세이기에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부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발상, 종부세적 세계관의 진짜 본질이다.
1주택 예외 ‘똘똘한 한 채 촉진법’
한국 종부세는 외국의 여느 보유세와 다르다. 세금 안에 증오심과 적폐적 세계관이 담겨 있다. 문제는, 종부세 대상자가 중산층으로 확대되는 순간이다. 민주당은 역풍을 맞게 된다. 종부세 개편 방향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1주택 실거주자는 종부세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이재명 대표 후보의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 후보는 “지난해 1가구 1주택자에게 거둔 종부세가 약 900억원밖에 안 된다”면서, 세수도 얼마 안 되는데 굳이 공격받을 필요가 있냐는 취지로 발언했다.
2023년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총 40만8000명, 세수는 9500억원이었다. 이 중에서 1주택자는 11만1000명(27.2%), 세수는 913억원(10.1%)이었다. 1주택자를 종부세에서 제외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똘똘한 한 채 촉진법’으로 작동하게 된다. 강남 3구에 있는 100억원짜리 한 채는 종부세를 부담하지 않고, 지방에 있는 합계 20억원짜리 3채는 종부세를 부담하게 된다. 종부세 성격도 바뀐다. ①보유세 ②부유세 성격은 사라진다. ④다주택자 규제세 성격이 강화된다.
이재명 대표 후보는 ‘고작 900억원 세원’ 더 걷으려고 공격받을 이유가 있냐고 발언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주택분 종부세 전체로 확대해도 세수는 고작 9500억원에 불과하다. 대상자는 40만8000명이다. 같은 논리로 ‘고작 9500억원’ 세수를 더 걷으려고 종부세를 유지할 이유도 없다. 종부세 폐지가 더 나은 이유다.
둘째,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다. 대통령실의 성태윤 정책실장 입장이다.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만 종부세를 내게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7월2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종부세 관련 내용을 뺐다. 성태윤 정책실장 구상이 실현되면, 종부세는 ‘초부자세’ 성격만 남게 된다.
셋째, 종부세를 전면 폐지한다. 재산세와 통합한다. 단, 재산세 절반을 ‘지방교부금’으로 전용하는 방안이다.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종부세 개편안이다. 재산세는 원래 기초 지자체가 사용하는 구세(區稅)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의회에서 결정한다. 재산세 절반을 다른 지역과 전용하는 방법은 서울시 선례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들었다. 서울시의 경우, 재산세의 50%는 해당 자치구가 사용한다. 재산세의 나머지 50%는 서울 25개구가 나눈다. 내 아이디어는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서 재산세의 50%를 ‘전국 지자체’가 나눠 갖자는 것이다. 종부세는 실패가 검증된 프로젝트다. 종부세는 폐지하고, 폐지 이후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세금폭탄’ 작동하는 두 가지 이유
넷째, 종부세를 유지하되 부작용을 대폭 보완하는 방식도 있다. 종부세가 ‘세금폭탄’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변동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극심한 변동폭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면 해결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2배 뛰었는데, 종부세 세수는 10배가 뛰었다. 서울지역 아파트 4채당 한 채가 종부세 대상자가 됐다. 노무현 정부 때도, 문재인 정부 때도 사실상 ‘3단계 증세’를 했기 때문이다. 종부세 자체가 누진 합산 과세로 설계되어 있는데 ①부동산 시장가격이 상승하고 → ②세율을 또 올리고 → ③공시지가 평가비율도 올렸다. 3단계 증세 때문이다.
변동성을 줄이는 해법은 종부세는 유지하되 ‘시장가격’과 연동하는 것을 폐지하고,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면 된다. 물가상승률 연동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유사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종부세가 세금폭탄으로 작동하는 다른 이유는 현금흐름과 괴리가 심하기 때문이다. 미국식 이연(移延) 제도를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 소득이 생길 때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제도다.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중에서 ‘현금흐름’과 가장 괴리된 게 보유세다. 과도한 보유세는 조세저항을 자극한다.
민주당은 3번 집권했다. 한국 정치의 한 축이다. 낡은 이념과 단절하고, 실용적이되 책임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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