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통제할까?…세련되게 진화하는 ‘어두운 설득’을[책과 삶]
세뇌의 역사
조엘 딤스데일 지음 | 임종기 옮김
에이도스|425쪽|2만5000원
한국전쟁 당시 많은 미군이 중공군의 포로가 됐다. 수용소에 갇힌 포로들은 자본주의에서 중국이 겪는 시련, 제국주의의 죄악, 사회주의의 약속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시달렸다. 휴전협정으로 각국의 포로 송환이 결정됐을 때, 미군 포로 23명은 중국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전략사무국(OSS)의 선전 전문가로 근무했던 기자 에드워드 헌터는 이를 ‘세뇌’(Brainwashing)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석좌교수인 조엘 딤스데일은 <세뇌의 역사>에서 역사 속의 어두운 사건들을 살펴보며 ‘세뇌’를 설명한다. 과연 자유의지에 반해 정신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은 가능할까. 정부기관, 거대기업, 종교단체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강압적 설득의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미국도 세뇌에 관심이 많았다. 1950~1960년대 미국에선 ‘MK울트라 프로젝트’가 은밀하게 이뤄졌다. 다양한 행동 통제 연구들에 수십억달러의 지원이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음료에 강력한 환각제인 LSD를 투여해 고객들의 정보를 털어놓는지 확인했다. 시민들의 모임에 에어로졸 형태로 LSD를 살포하기도 했다. 이 연구들을 주도한 집단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세뇌는 더욱 세련되게 진화했다. 인터넷의 속도와 익명성에는 중독성이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운동 기간에는 SNS를 중심으로 민주당 관계자들이 아동 성매매 조직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조직의 근거지로는 워싱턴의 한 피자 가게가 지목됐다. 피자 가게는 수백건의 협박은 물론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
딤스데일은 ‘세뇌’가 비과학적인 용어라고 인정하면서도 신경과학과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에서 늘 세뇌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딤스데일은 “만약 우리가 21세기에 벌어질 향후 세뇌의 발전을 부시한다면 우리는 세뇌에 무방비 상태할 될 것”이라며 “어두운 설득이 우리의 미래를 형성할 방법을 통제하는 길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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