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제도로 본 중국의 ‘빛과 그림자’[책과 삶]
중국필패
야성 황 지음 | 박누리 옮김
생각의힘 | 624쪽 | 3만2000원
중국인들이 불만을 가두시위 형태로 드러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의 힘이 워낙 세기 때문이다.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야성 황은 “중국에서 국가의 통치가 강력한 이유는 사회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사회란, 자율적으로 조직되고,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며, 국가와는 별개의 정당성을 지닌 시민사회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중국필패>(원제 ‘The Rise and Fall of the EAST’)는 중국에서 국가가 강하고 시민사회가 약한 연유를 통시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EAST 공식’으로 수나라부터 시진핑까지의 중국 체제를 설명한다. 이는 시험(Examination), 독재(Autocracy), 안정(Stability), 기술(Technology)을 뜻한다. 특히 수나라 때 도입돼 현대의 가오카오(현대 중국의 대입시험)까지 이어지는 과거 제도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모든 인재를 유교라는 하나의 가치 체제로 선별해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과거 제도가 중국의 독재, 안정, 국가주도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인재가 국가 차원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민간 부문은 발전과 성숙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이 폐지된 이후, 중국은 시진핑 독재 체제가 확고해졌다. 저자는 다양성을 억압하고 동질성만을 강조하는 현대 중국 체제는 서양보다 기술적 우위를 가졌음에도 산업혁명과 신대륙 발견에 뒤처졌던 과거 중국의 전철을 밟아 ‘필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도 인정하듯이 “주제가 너무 광범위”한 책이다. 중국의 본질에 대한 하나의 통찰을 줄 수는 있겠지만, 복잡하고 거대한 체제를 ‘EAST’라는 간명한 공식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으로부터 전수받아 중국보다 더 엄격하게 과거 제도를 고수해 수능, 고시까지 이른 한국이 중국과 크게 다른 경로를 밟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설명이 곤란하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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