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한우산업, 심폐소생술 시행
민주당서 주도해온 ‘한우법’ 반영
공급 과잉 막을 선제적 수급 조절
사료 구매자금 상환 연장 등 검토
내달 유통 개선·경쟁력 제고 담은
중장기 산업 발전 종합대책 발표
한우 수급과 축산농가 경영 안정화를 두고 협상 중인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축산법 개정안’과 사료 구매자금 상환기한 연장 등에 합의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자단체와 합의한 선제적 수급 방안 등을 토대로 재정당국과 논의한 후 다음달 중장기 한우산업 발전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농식품부와 전국한우협회 등에 따르면 한우 생산자단체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농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달 대표발의한 축산법 개정안에 대해 사전 조율을 전제로 최근 합의했다.
개정안은 농식품부 장관이 5년마다 한우, 돼지 등 주요 축종별로 축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축산농가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는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온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의 제정, 사료 구매자금 상환기한 연장, 사료가격 인하, 한우 암소 2만마리 시장격리 등을 요구해왔다.
한우법은 5년마다 한우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세우고 한우농가에 도축·출하 장려금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농식품부는 돼지·닭 등 타 축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한우법 제정을 반대했다. 한우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축산법 개정안이 한우법의 취지를 대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다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조율할 부분이 많은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입장을 적극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측은 한우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한 선제적 수급 조절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정부의 한우 수급 정책에 맞춰 농가가 한우를 도축하거나 출하하면 현금을 지원하고, 농가에 우량 씨수소의 정액을 먼저 제공한다. 반대로 수급 조절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료 구매자금과 시설보완자금 등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지역축협처럼 생산자가 직접 도축과 가공, 판매를 하는 곳을 늘리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생산자단체가 요구한 사료가격 인하에 대해선 농협사료가 오는 19일 출고분부터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을 포대당(25㎏) 500원(4%) 내릴 예정이다. 다만 암소 2만마리 시장격리 요구의 경우 실효성이 낮고, 시장왜곡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농식품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내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사료 구매자금 상환도 기한을 늦춰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비 증가와 한우 도매가격 하락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농가 상황을 감안해 사료 구매자금 상환기한 연장을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세부 합의 내용은 다음달 중장기 한우산업 발전대책 발표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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