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윤석열 명예훼손' 무차별 통신조회, 검찰이 숨긴 사실들
오늘(15일) <주간 뉴스타파>는 검찰의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 문제를 다룬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자와 야당 정치인, 사건과 무관한 일반인 등의 가입자 정보를 확인했는데 그 수가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통신 정보를 확인했는지, 이 정보들을 어디에 저장했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시작부터 뉴스타파 보도는 가짜 뉴스고, 배후 세력이 존재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곧 수사 착수 1년이 되지만, 검찰은 배후 세력이 누군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수사의 성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검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디지털 수사망 '디넷'에 몰래 저장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 확인된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도 검찰의 해묵은 수사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검찰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배후 세력'을 찾기 위해 기자와 정치인의 통신 정보를 마구잡이로 뒤졌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의 통신 정보까지 가져갔다.
검찰의 무차별 통신 조회가 왜 문제인지, 검찰이 밝히지 않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Q. 검찰이 통신 조회를 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무슨 이유인가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할 수 있는 통신 조회는 두 종류다. 먼저 '통신사실확인자료'다. 피의자나 참고인이 누구랑 통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검사는 이를 다시 통신사에 보낸다. 이후 통신사는 서버에 보관 중인 최대 1년치 분량의 통화 기록(통화 내역)을 검찰에 보낸다. 흔히 말하는 '통신 영장'이 바로 이때 필요하다.
법원의 영장 없이 가능한 통신 조회도 있다. 정부 용어로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이라 한다. 검사가 통신사에 공문 한 장만 보내면 통신사가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 법에서는 '통신 자료'라고 칭한다. '통신 자료'에는 가입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 등의 정보가 포함된다.
정리하면 검사가 특정 개인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려면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통화 내역을 확보한 뒤에 통화 내역에 적힌 전화번호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통신 자료'를 스스로 요청할 수 있다. 이번에 검찰청 콜센터 '1301'이 기재된 문자를 받았다면, 당신의 '통신 자료', 즉 가입자 정보가 검사의 손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8월 2~3일에 이 같은 문자를 받았다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이유로 당신의 통신 자료가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Q.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번 검찰의 통신 조회 규모가 3천 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몇 명의 통신 자료를 가져갔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와 참고인이 100명이 훌쩍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통신 조회 규모는 수만 명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통신 사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지난 10일간 '통신 조회' 문자 통지를 받은 시민들의 제보를 받았다. 그런데 시골의 농부, 일반 가정 주부 등 사건 관계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도 이번 통신 조회 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사건의 피의자와 참고인 외에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일반 시민들의 '통화 기록'도 영장을 발부 받아 확보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이 사건 피의자 A의 지인 B가 있고 이 두 사람이 자주 통화하는 사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검찰은 피의자 A의 통화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에 통신 영장을 청구한다. 이후 검찰은 발부 받은 영장을 통신사로 보낸다. 통신사는 A의 통화 기록 최대 1년치를 검찰로 보낸다. 그런데 통화기록에는 010-****-**** 식으로 번호만 적혀 있다. 이에 검사는 이 번호가 누구 것인지 알려 달라고 통신사에 공문을 보낸다. 통신사는 해당 번호 가입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을 검찰로 보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검찰은 피의자 A와 통화한 지인 B의 정보를 파악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지인 B의 친구인 C도 통신 조회를 당했다. B와 C는 자주 통화하는 사이다. 그러나 피의자 A와 C는 아무런 친분이 없다.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도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서 검찰이 피의자 A의 지인일 뿐인 B에 대한 통화 기록을 추가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B의 통화 기록에 있는 C의 번호를 검찰이 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통신 영장'을 남발하면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배후를 찾으려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Q. 검찰이 확보한 통신 자료는 어떻게 활용되고, 언제 폐기되나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30일 이내에 통신 자료 제공 사실을 번호의 주인에게 알려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인멸, 도주 우려,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3개월씩 2번, 총 6개월간 통지를 미룰 수 있다. 그래서 지난 1월에 검찰이 한 통신 조회가 7개월 뒤인 8월에야 통지된 것이다.
그러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검찰이 확보한 통신 자료를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는지 등 운용과 폐기에 대한 규정은 없다. 삭제하지 않고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여지가 여기서 발생한다.
통화 기록과 통신 자료를 통해 검찰은 피의자 A의 '인맥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자 A의 주요 취재원이 누군지, 자주 통화하는 정치인이나 학자가 누군지 파악할 수 있다. A가 만약 권력자의 비리를 보도한 사실이 있다면, 공익제보자가 누군지 알아낼 수도 있다. 만약 검찰이 A의 인맥 지도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만약 A가 속한 언론사가 어떤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고 치자. 검찰은 우선 A의 '인맥 지도'부터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디지털 수사망인 '디넷'의 존재가 확인됐다. 검찰은 이 사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본인 몰래 '디넷'에 저장했다가 적발됐다. 실제로 검찰이 '디넷'의 정보를 꺼내서 재활용하는 수사를 벌였다가, 법원이 불법 증거라고 판단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통신 자료와 이를 기반으로 만든 '인맥 지도'가 '디넷' 또는 그와 유사한 저장 장치에 저장됐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말하지 않는 '통신 자료' 조회의 비밀
검찰은 수사 목적으로 통신 자료를 조회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통신 자료마저 영장을 받아야 한다면 신속한 수사를 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통신 자료를 확인할 때도 법원의 영장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이 신속한 수사를 막기 위해 이런 제도적 장치를 뒀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미국 법무부는 수사기관이 기자들의 통화 기록을 보지 못하게 막아놨다. 법원의 영장이 나왔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기자들의 휴대전화 및 이메일은 마음대로 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권력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은 '취재원 비닉권'을 법률에 명시했다. 기자가 자신의 취재원이 누군지 수사나 재판에서 말하지 않을 권리를 아예 법률화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취재원이 누군지 불지 않으면 기자 당신이 덤터기를 쓴다는 식의 겁박이 비일비재하다. 검찰이 공익제보자를 찾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통신 자료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검사가 셀프 결재한 공문 하나로 이 모든 게 가능하다. 이 통신 자료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언제까지 보관되는지는 검찰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법무부와 검찰은 관련 자료를 국회에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불법적인 수사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언론사 보도의 배후 세력을 찾으려다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지만, 여러 문제점이 확인된 이상 그냥 넘어가선 안 될 것이다. 국회는 하루 속히 구멍 뚫린 전기통신사업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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