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로보틱스·밥캣 합병 증권신고서 다시 냈지만…“여전히 미흡”

윤지원 기자 2024. 8. 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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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시너지 효과 등 추상적 수준
“주주에게 정보 충분히 제공 안 돼”
금감원 심사 중, 수용 여부 불투명

두산그룹이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에 따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여전히 주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됐던 합병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 데다, 보충해 적은 합병 배경이나 시너지 효과 역시 추상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6일 제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 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 포괄적 교환·이전을 담은 정정신고서를 심사 중이다. 지난달 금감원이 두산 측에 합병 배경과 목적, 효과에 관한 서술이 미흡한 점을 거론하며 신고서 정정을 요구, 신고서의 효력 발생일은 7월25일에서 이달 17일로 연기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15일 “현재 정정신고서에 대한 심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수용 여부는 효력 발생 전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정정신고서에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접점이 확대되는 효과’ ‘자율 주행 로봇과 자율 주행 무인 지게차 제품에 공동으로 진출’ ‘전문 서비스 시장에 대한 진출·선점’ 등의 내용이 시너지 효과로 추가됐다. 하지만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은 회사 주주가 아니라 상대방 회사 측과 사적 커넥션이 생기기 쉬운 구조인 만큼 합병 배경, 시너지 효과를 가능한 한 상세하고 투명하게 쓰는 게 국제적 표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공시된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시추기업 파이어니어의 합병 공시를 보면, 어느 셰일오일 생산지역에서 얼마나 생산 비용이 감소하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적혔다. 반면 국내 공시 제도는 합병에 관한 이사회 내용도 공시 의무 사항에 포함되지 않을 만큼 헐거운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합병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지만 아직 시행은 안 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엔 주주 권익이 침해되는 사안에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자산운용사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압박 카드도 내놨다. 업계에선 사실상 두산의 합병 철회를 이끌기 위해 내놓은 우회 카드란 분석까지 나왔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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