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 무지갯빛 고리 지나···별들과 함께 달리면[그림책]

이영경 기자 2024. 8. 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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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 고속도로 환상 여행> 중 한 장면. 진선아이 제공

50번 고속도로 환상 여행

강전희 글·그림|진선아이|76쪽|2만5000원

바다를 보기 위해 구비구비 산맥을 통과해 동해로 향하는 영동 고속도로(50번 고속도로)를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끝없이 이어진 터널, 고속도로를 호위하듯 둘러싼 웅장한 산맥들은 도시와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50번 고속도로 환상 여행>은 일상에서 이탈한 감각을 기묘한 판타지로 그려낸 작품이다. 가족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조용히 집을 나서 고속도로를 달린다. 한밤의 고속도로는 지루한 공간이 될 수 있지만, 작가에겐 신비롭고 으스스한 상상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된다.

<50번 고속도로 환상 여행> 중 한 장면. 진선아이 제공

입을 크게 벌린 터널 속으로 들어가자, 자동차는 공중으로 떠올라 밤하늘의 별자리 사이를 신나게 누빈다. 급류에 떠밀려 기다란 파이프 속을 빠져나오자, 밤 풍경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장 굴뚝은 거대한 관악기가 되고, 휴게소엔 멧돼지, 곰, 호랑이 등 동물들이 가득하다. 또다시 터널을 통과하해 나오자, 이번엔 온갖 동물들이 한데 모여 신나게 파티를 벌이고 있다. 처음엔 동물들이 낯설고 무섭던 가족은 동물들과 한데 어우러져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한밤 고속도로는 상상과 모험이 펼쳐지는 활기 넘치는 시공간으로 변모한다. 동물과 사물의 경계가 흐려지고 함께 어우러진다.

모험 끝 다다른 바다. 가족을 반기는 것은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내뿜고 떠오르는 해다. 떠오른 해와 함께 가족은 단단한 현실로 돌아오게 됐을까? 신나는 모험을 경험하기 전과 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그 흔적도 책 말미에 남겨놓았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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