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둘에 가시울타리 섬으로 유배… 그래도 그의 詩는 의연했네
도학의 위안
곽신환 옮기고 풀음 | 서광사 | 464쪽 | 3만3000원
‘외로운 죄수 머리가 백설인 것 스스로 웃지만(自笑孤囚頭雪白)/ 흥겨움이 구름 높이 나는 새 같음을 누가 알랴?(誰知逸興鳥雲飛).’ 백발의 나이에 외진 곳에 갇힌 몸이 된 시인은 자신을 돌아보며 쓸쓸히 웃는다. 눈을 드니 멀리 구름가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순간 의연함과 초연함이 어린 자신의 고아한 흥취가 그 새에게 이입되는 것이다.
시를 지은 사람은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노론의 영수인 송시열(1607~1689)이다. 송자(宋子)라고까지 추앙받은 반면 정치사적 평가에선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노년은 불행했다. 82세에 왕이 내린 사약을 받은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전인 1679년 72세에 가시울타리를 친 거제도 유배지로 내쳐졌다. 예(禮)를 둘러싼 당쟁의 결과였다. 그는 여기서 7언 율시 134수 연작시를 남겼다.
한국철학 전공자로 숭실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이 시들을 꼼꼼하게 해석하고 주석과 해석을 달았다. ‘철학자의 시’라서 그동안 문학적 관심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거기엔 모두 600가지나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전체가 도학(道學)의 연원과 흐름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위난과 곤경에 빠진 실존적 상황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올곧은 마음가짐을 표현했다고 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한탄하는 대신, 과연 언제 하늘이 이 난국을 바로잡아 줄 것인지 헤아리는 선비의 꼿꼿한 마음이 그 위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제목은 로마 철학자 보에티우스가 황제에게 모함을 받아 투옥된 뒤 쓴 ‘철학의 위안’에서 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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