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 7편] 400명 실태조사 그 후…남은 과제는

진태희 기자 2024. 8. 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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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몸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서 평생 주사를 맞으며 살아가야 하는 1형 당뇨.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투병을 시작하는데, 그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건 더 힘들다고 합니다. 


EBS는 그동안 여섯 번에 걸쳐 1형 당뇨 학생들의 실태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EBS가 국내 최초로 벌인 실태조사의 뒷얘기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봅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3천 명 육박 1형 당뇨 학생들

정작 학교는 지원 사각지대


정서적 위기 겪는 아이들 '41%' 

도움 필요해도 질병 사실은 '비밀로'


"처음에는 보건실에서 아니면 화장실에서 맞았는데 교실 구석에서 그냥 뒤돌아서 맞고…."


"친구들에게 병을 알리지 않았는데 수학여행에 가서 다른 친구들이 저녁에 자유롭게 야식을 먹거나 할 때 저는 그냥 쳐다봐야 됐어서…."


힘든 투병에 편견까지, 두 번 우는 아이들

사회적 안전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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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진태희 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1형 당뇨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인식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죠.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아청소년 1형 당뇨 환자 대상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시사점이 있었습니까.


진태희 기자

혹시 '당밍아웃'이라는 말, 들어보셨을까요. 


당뇨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변에 드러내는 걸 말하는데, 같은 이름의 영화 제목도 있습니다.


그만큼 당뇨 환자들이 보이지 않는 그늘에 숨어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동안은 지난 1월 발생한 태안 사건처럼, 안타까운 사망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이들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1형 당뇨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많은데 이들의 현실에 대해 이렇다 할 실태조사조차 없었습니다.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 학술 논문이나 자료집을 찾아봐도 관련 연구나 조사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10년 이상 된 자료였습니다.


그래서 1형 당뇨 환자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일상과 교육권에 맞춰서 직접 실태조사를 시행해봤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41%나 됐고, 5명 중 1명은 1형 당뇨 때문에 놀림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례도 10명 중 1~2명꼴이었고, 정신 질환을 진단받은 경우도 7%나 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실태조사는 어떻게 진행했습니까.


진태희 기자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1형 당뇨 학생들이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6월 한 달 동안 진행했는데요. 


질문지는 사전 취재 내용을 토대로 구성하고,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 현장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완성했습니다.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 인슐린 투약에서의 고충 등, 선택 문항까지 포함해 모두 40개 문항으로 구성했고요. 


응답은 너무 어리거나 장애가 있는 등 직접 답변에 어려움이 있다면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설문에는 모두 396명이 응답했는데, 1형 당뇨를 앓는 초·중·고등학생 가운데 14% 정도가 참여한 겁니다. 


응답자 연령은 초등 연령대가 57%로 가장 많았고, 중등 29%, 고등 14%였습니다. 


실제 1형 당뇨 환자들 중엔 고등학생이 가장 많았는데, 이번 조사에선 다소 참여율이 떨어졌는데요. 


입시나 사춘기 등 예민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도 보이는데, 그만큼 일상에서 질병과 관련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후속 취재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무엇보다 1형 당뇨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그중 법이 통과돼야 해결될 일도 많아 보입니다.


진태희 기자

네. EBS 취재진이 10년 치 국회 입법 현황을 전수 분석해 살펴봤더니, 1형 당뇨 아이들과 관련해 통과된 법은 모두 2건(대안반영폐기 포함 4건)이었습니다.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통과됐는데요. 


1형 당뇨를 이유로 어린이집 입소를 거부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위급 상황에 학교에서 충분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회 임기가 종료돼 폐기된 법도 3건 있었습니다. 


보건교사가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학생의 투약행위를 지원 보조하는 학교보건법 개정안(2015년)이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학교에서 인슐린 주사 지원을 받지 못해, 생업을 포기하고 가족들이 수시로 학교를 찾아가는 사연을 뉴스에서도 전해드렸죠. 


당시 인슐린 투약에 대한 보건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로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한편, 21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폐기된 제정안이, 22대 국회에 다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1형 당뇨 소아·청소년과 청년 당뇨병 환자에 대한 차별 방지와 배제금지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재정 지원 근거를 명시하도록 한 건데요. 


지금 다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제2, 제3의 태안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섭니다. 


당시 부부가 쓴 유서에는 "딸이 병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경제적 어려움도 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뇨는 흔히 '소리 없는 살인마'라고도 하는데요.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면 실명이나 뇌졸중, 신부전같이 심각한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 관리한다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대한내분비학회 보험이사

"사회적인 약자 그룹에서 발생한 1형 당뇨병 아이들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서 20대가 되면 벌써 눈도 다 나빠지고 신장이 나빠져서 혈액 투석을 시작해야 되고 굉장히 끔찍한 일들을 갖게 되는 겁니다."


서현아 앵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충분합니까.


진태희 기자

1형 당뇨 환자들은 한 해에 4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쓰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저희 취재진도 1형 당뇨 가족들에게 물어봤는데요.


중학교 3학년 아이의 지출표를 보면,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을 빼고 매달 32만 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1년 치로 환산하면 약 400만 원입니다.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 펌프에 들어가는 소모품과, 저혈당 대처를 위한 음식 등을 모두 합쳤을 때 이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문제는 매년 이 정도의 비용을 평생 부담해야 하는데, 중간에 지원이 갑자기 감소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19세 미만 1형 당뇨 환자에 대한 당뇨관리기기 지원을 늘려, 본인부담률을 10%로, 그러니까 45만 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환자가 먼저 자비로 400만 원대의 의료기기를 사고 나중에 일정 금액을 돌려받는 '요양비'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선뜻 비싼 기기를 사기 어려울뿐더러, 챙겨야 할 서류도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최근에는 1형 당뇨를 아예 중증난치질환이나 장애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요.


진태희 기자

네. 그렇습니다.


1형 당뇨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없어 평생 집중적인 혈당 측정과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만큼, 전문가들과 환자 단체에서 1형 당뇨를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1형 당뇨가, 일반적으로 '당뇨'라고 불리는 '2형 당뇨'와 이름이 비슷해 사회적 편견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납니다.


무엇보다 1형 당뇨가 췌장 장애로 인정되려면 먼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최근 보건복지부도 1형 당뇨를 장애로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에 나섰습니다. 


교육부도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교육부는 올해 초 1형 당뇨 환자 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개선책을 논의하고, 그 결과로 시험장 기기 반입이나 인슐린 주사 지원 방안 등을 공문에 담아 시도교육청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체감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만약 장애로 인정되면, 특수교육법을 통해 1형 당뇨 아이들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가능해질 걸로 보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1형 당뇨를 장애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들 국가에선 맞춤형 지원이나 보조금과 대출 지원, 고용보험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보도를 계기로 1형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더 면밀한 추적연구와 함께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진태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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