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병원이란 무엇인가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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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다.
보통 대학병원에선 환자가 몸이 불편해 교수로부터 답을 들으려면 간호사와 전공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 병원에선 입원 전담 전문의인 교수가 바로 답을 준다.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기 위해 전공의 1명당 전문의는 몇 명이나 더 필요한지, 진료지원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어디까지 대신할지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쓸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충당할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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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희 | 인구복지팀 기자
이달 초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이 병원을 찾았던 지난해 겨울과는 풍경이 사뭇 달랐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한 2월, 이 병원 전공의들도 떠났다. 처음 가족의 몸 상태를 묻고, 여기저기 살펴봤던 전공의도 보이지 않았다. 입원하는 동안 주말이면 의사 대신 간호사가 상태를 확인했다. 간단한 처치는 주말에도 가능했지만, 검사 결과는 교수가 출근하는 평일이 돼야 들을 수 있었다. 정부가 2월부터 줄기차게 내세웠던 ‘전문의 중심 병원’이란 이런 모습일까.
“거기는 좀 달라요. 입원 전담 전문의 제도를 광범위하게 운용하거든요. 실험적인 성격이 있죠.”
전문의 중심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 잘 모르겠다고 관련 연구자들에게 하소연했더니, 이런 설명과 함께 용인세브란스병원을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병원과 가장 큰 차이는 입원 환자 1명을 교수 주치의 2명이 담당하는 ‘이중(dual) 주치의’ 제도다. 환자를 처음 진료하거나 수술한 교수와 입원 환자를 전담하는 교수가 함께 퇴원까지 책임진다. 보통 대학병원에선 환자가 몸이 불편해 교수로부터 답을 들으려면 간호사와 전공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 병원에선 입원 전담 전문의인 교수가 바로 답을 준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 다녀왔지만, 여전히 정부가 말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 가늠이 안 된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평균 40%에서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에게 맡기고, 대신 전공의는 수련 교육에 집중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여기서 정부가 말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란 무엇일까. 전공의 업무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전공의 업무를 대체할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를 지금보다 20% 늘린다는 이야기일까?
글을 읽을 때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분명하게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동사를 명사로 바꾼 단어가 나올 때다. ‘나는 어떤 생각에 동의한다’고 분명하게 밝히면 될 이야기를 ‘동의 의견이 있을 것’이란 식으로 흐린다. 글쓰기 연구자 헬렌 소드는 이런 명사를 ‘좀비 명사’라고 불렀다. 명사가 살아 있는 동사를 잡아먹어 버렸다는 뜻이다. 그는 2012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좀비 명사가 가득한 문단은 독자를 잠자게 만들 테니,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장을 쓰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전문의 중심 병원도 좀비 명사와 비슷하다.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기 위해 전공의 1명당 전문의는 몇 명이나 더 필요한지, 진료지원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어디까지 대신할지 아직 미지수다. 전문의 중심 병원은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정부 발표대로 일반병상을 지금보다 5~15% 줄인다고 대형 병원을 찾는 중증이 아닌 환자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쓸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충당할지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전문의 중심 병원을 외치는 지금 이 순간 환자들이 마주한 병원은 ‘전공의 없는 병원’이다.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피로도가 쌓인 전문의들이 고강도 교대 근무를 더는 버티지 못해 응급실 운영을 일부 멈추는 병원이다. 전공의들에게 각종 행정명령을 내렸던 때처럼 정부의 발 빠른 재정 투입 계획 발표를 의사와 환자 모두 기다리고 있다.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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