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北에 대화협의체 제안…日 언급 없이 평화 메시지만

손균근 기자 2024. 8. 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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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 새 통일비전 ‘8·15독트린’ 발표
- 자유민주주의 통일전략 구체화
- 일본 언론 “과거사 없어 이례적”
- 野 “최악의 반민족·반역사정권”
- 與 “야당의 친일몰이·역사팔이”

15일 79주년 광복절이 정부 공식 기념식과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의 별도 기념식으로 쪼개진 것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역사인식 논쟁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대통령실이 ‘반쪽 경축식’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런 표현은 잘못”이라고 적극 반박한 것도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 공식 기념행사에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물론 야당 지도자들까지 불참하면서 정부로서는 앞으로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메시지가 ‘반쪽 경축식’에 가려져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부분도 정부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제공


▮‘8·15 통일 독트린’ 발표

윤 대통령은 이날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골간은 유지하되, 변화된 상황에 맞춰 추진 전략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8·15 통일 독트린은 미래 통일상으로 자유 통일 대한민국의 달성을 분명히 제시하고, ‘3대 통일 비전’과 ‘3대 통일 추진 전략’, ‘7대 통일 추진방안’의 3-3-7 구조로 구성됐다.

3대 통일 비전은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구성됐다. 이를 위해 국내·북한·국제 차원의 ‘3대 통일 추진 전략’이 발표됐다. 국내 차원 전략은 ‘우리 안의 자유를 굳건히 해야 자유민주주의 통일 주도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골자를 이룬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를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지칭하고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과 외부 세계의 정보 유입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담았다. 북 수해 구호품 전달과 관련, “북한 정권이 또다시 거부했지만, 저희는 인도적 지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차원에서는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7대 통일 추진 방안’으로는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전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국제 한반도 포럼 창설이 제시됐다. 특히 인도적 지원과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는 북한 당국의 호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 통일 대한민국’ 비전에 대해 북한 정권은 이를 흡수통일을 노골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정권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가득한데 실무 차원 대화협의체를 제의해도 북한이 응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이번 8·15 통일 독트린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긴장완화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을 한차례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제국주의’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일본을 자극하지 않고 미래 협력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 일본 현지 언론은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일본 비판이 전무했다”고 보도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대일 관계 등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쪼개진 국론 통합 과제 놓여

쪼개진 기념식은 우리 사회 내부의 극한 대립과 갈등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의 기념식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구호까지 터져 나왔다. 윤석열 정권을 친일정권으로 규탄하는 야당의 주장도 제기됐다. 단순히 정부 공식 기념식 불참을 넘어서 정부에 대한 규탄과 성토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자유 통일 비전도 결국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광복이란 일제의 군홧발로 더럽혀진 나라에서 주권을 다시 찾아 새롭게 빛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일본을 직접 거론했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적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친일·반민족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은 나라를 통째로 일본과 친일 뉴라이트에 넘기려는 음모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과 순국 선열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인가,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인가”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향해 ‘친일몰이’, ‘역사 팔이’를 한다고 비판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나라의 빛을 되찾은 기쁜 날인 오늘까지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에 여념이 없다”며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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