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코즈모폴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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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평범해 보이는 제목의 한 신문 칼럼이 미국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유대계 언론 '애틀랜타 주이시 타임스'의 앤드루 애들러 사장 겸 발행인이 칼럼에서 겨냥한 대상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 타임은 "이스라엘이 (하니야 암살로) 이란의 당혹감을 키워 의도적으로 보복 가능성을 극대화했고, 네타냐후는 더 큰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고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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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재 | 국제뉴스팀 기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012년, 평범해 보이는 제목의 한 신문 칼럼이 미국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유대계 언론 ‘애틀랜타 주이시 타임스’의 앤드루 애들러 사장 겸 발행인이 칼럼에서 겨냥한 대상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을 고민에 빠트린 중동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이런 제안을 내놨다.
“미국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이 이스라엘에 비우호적인 미국 대통령을 제거하고, 부통령을 대통령 자리에 앉힌다. 이어 미국이 유대 국가의 적을 없애도록 (바뀐 대통령에게) 강력히 지시하는 것이다.” 그는 “내가 (군사 소설가인) 톰 클랜시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할 정도면, 이스라엘 이너서클은 이미 더 많은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도 적었다.
작은 파문을 일으킨 당시 사건은 결국 애들러의 사과와 사퇴로 일단락됐다. 10년 넘은 해프닝이자, 얼핏 터무니없어 보이는 칼럼이 떠오른 것은 지난달 이란 수도 한복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된 사건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공식 인정하지 않았지만, 하니야 암살 배후에 모사드가 있다는 데는 국제적으로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자국 핵심 이익을 건드렸을 때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복수극은 애들러가 ‘모사드가 미국 대통령을 노린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할 만큼 물불 가리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이들의 복수의 역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으로 잘 알려졌다. 1960년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납치해 이스라엘 재판을 거쳐 사형시킨 게 대표적이다. 1972년 뮌헨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단 살해를 주도한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 요인들을 모사드 특임대가 7년간 유럽 전역을 돌며 제거한 사건은 영화 단골 소재다. 이스라엘 핵 개발 폭로자인 모르데하이 바누누 납치(1986년·영국), 생화학 무기 발사체 개발자 제럴드 불 암살(1990년·벨기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 지도자 파트히 샤카키 암살(1995년·몰타), 마흐무드 마브후흐 하마스 사령관 감전사(2010년·아랍에미리트), 이란 핵과학자 4명 폭탄 테러(2010∼2012년·이란) 등을 보면 시공간에도 제약이 없었다. 전세계를 무대로 일을 벌이면서 평범한 민간인을 오인 살해하는 등 말썽도 많이 일으켰다.
이 가운데서도 하니야 암살은 세계 최고 정보·공작·암살 작전 수행 기관으로 이름난 모사드의 대담함 혹은 무모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이스라엘과 전쟁 당사국도 아닌 이란 영토 안에서, 심지어 국가 최대 이벤트의 하나인 대통령 취임 행사 기간에 일어났다. 이란으로선 엉뚱한 곳에서 ‘피의 복수극’을 벌인 이스라엘을 손보지 않고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타임은 “이스라엘이 (하니야 암살로) 이란의 당혹감을 키워 의도적으로 보복 가능성을 극대화했고, 네타냐후는 더 큰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고 의심했다. 다만 아직 출구는 남았다. 지난 13일 로이터 통신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가자지구 휴전이 이란의 보복을 늦출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질문은 다시 이스라엘을 향하고 있다. 네타냐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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