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일본 없는 광복절 경축사, 기괴한 윤 대통령" 허은아 "피해망상"
尹 비판 봇물…조국 "친일→북한으로 덮는 뉴라이트…총독부 성명"
민주당 "최악의 경축사" 새로운미래 "분열 조장"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야당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일본이나 친일문제 규탄 목소리도 없이 공허한 통일 주장을 펴면서 '검은 세력의 선동' '사이비 지식인 가짜뉴스' 등 비판세력에 적대감을 드러내 기괴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허은아) “친일을 북한으로 덮은 전형적인 뉴라이트 수법”(조국)이라는 성토도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읽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늘이 어떤 날인지, 광복은 어떤 의미인지 의문”며 “오늘만큼은 통한의 역사를 기억하고 침략자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해야만 하는 날이며, 보수와 진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해야 할 역사의 경건한 의식과 같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일본'이 없고, '일제의 패망'이란 말이 딱 한번 등장하는 점을 들어 “광복절에 통일을 말하다? 그럴 수도 있으나 통일을 말하기 전에 35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 시절 우리 민족이 당했던 고난의 역사를 말하고 일본의 죄를 말해야만 한다”며 “광복후 분단과 전쟁의 참사를 겪은 것도, 대통령이 통일을 말하게 된 것도, 일본에게 이 나라의 주권을 강탈당한 피지배의 역사 때문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썼다.
유 전 의원은 “114년 전부터 79년 전까지의 오래된 역사라서 잊어버린다면,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이 통일인들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강제징용, 위안부, 홍범도 흉상, 사도광산 등 윤석열 정권 들어 역사가 흔들리고 있고, 지난해 광복절에 이어 오늘도 대통령 경축사에 일본이 사라졌다. 독도까지 잘못되는 거 아닌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참으로 이상하고 기괴한 일”이라며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weird'(기괴한, 섬뜩한)란 단어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라고 지적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정부 경축식 참석 후 백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통일 말씀을 하신다 해서 기대했는데, 듣는 내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허 대표는 “북한과의 자유 통일을 말씀하시기 전에 대한민국 내의 통일 어떻게 통합하고 협치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협의체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페이스북에 별도로 올린 글에서 “별세계에 살고있는 대통령”이라며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행사의 축사가 맞나. 경축사가 아니라 '분열사'였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허위선동이 자유 사회를 교란하는 흉기', '사이비 지식인이 가짜 뉴스로 기득권 이익 집단이 되었다',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 등 비난을 쏟아낸 것을 두고 허 대표는 “대통령이 일종의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썼다. 그는 “나는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는 교만과 아집, 아시타비(我是他非)의 결정판”이라며 “대통령이 작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명한 확인 앞에 암담할 따름이었다”고 했다.
허 대표는 백브리핑에서 반쪽 경축식이 된 데에 윤 대통령의 책임이 크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윤 대통령과 만나 큰 목소리로 “대통령님, 눈높이 인사를 하십시오. 국민과 소통하십시오”라고 말했더니 대통령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다고도 전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최악의 광복절 경축사가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통일 주장을 두고 노 원내대변인은 “실체는 정말 연기처럼 공허했다”며 “통일이 아니라 북한 해방 선언이고 대화 제의가 아니라 싸우자는 선전포고로 들렸다.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흡수 통일'을 주장해 한줌 극우 세력 규합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이비 지식인' '선동가' 등 표현을 두고 노 원내대변인은 “자신과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에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섬뜩한 독기가 읽힌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은 목불인견”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경축사를 두고 “오늘이 며칠인지 의아했다”며 “자기 딴에는 '대북 독트린'이라고 해놨던데 어처구니없는 말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 흉기, 반자유 반통일 세력, 검은 선동세력'이라는 주장에 조 대표는 “입틀막하고 수사하고 압수수색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등 자유를 억압하는 이들이 누구인가”라며 “전형적인 뉴라이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친일 문제가 부각되면, 그들은 친북 문제를 내운다”며 “윤석열 정권은 친일, 뉴라이트 인사들을 대거 중용한 게 들통나서 궁지에 몰리자 갑자기 북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친일'을 '북한'으로,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는 얄팍한 꼼수다. 국민이 모를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조 대표는 '1945년 일제의 패망으로 해방이 되었지만'이라는 대통령의 표현을 두고 “임시정부와 독립군의 투쟁, 국민의 저항은 이 한 줄 앞에서 속절없이 의미를 잃는다”며 “이들 뉴라이트에게 해방은 우리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패망해서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 독트린인가, 조선총독부 총독의 '공산당을 물리치자' 성명서인가, 일본 극우단체 수장의 입장문인가”라며 “이쯤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뉴라이트, 친일파 숙주가 아니라 몸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성토했다.
김연욱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편가르기와 역사 왜곡으로 얼룩진 반쪽짜리 광복절 경축사”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경축사를 두고 “발전과 성취의 역사가 가능했던 것은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덕분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며 “순국선열과 독립영웅들을 기리고 후대에 전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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