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소환제 청구까지 간 부산시 구덕운동장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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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주민소환으로 확대됐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는 지난 13일 공한수 서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투표 청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청했다.
공 청장이 준공 50년 넘은 구덕운동장을 허물고 축구전용구장과 상업·업무·주거시설을 짓겠다는 부산시 도시재생계획에 찬성하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처음 구덕운동장 재개발 구상을 공개했을 땐 원도심 부활 기폭제가 될 거라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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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도 반대 … 원점 재검토를
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주민소환으로 확대됐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는 지난 13일 공한수 서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투표 청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청했다. 공 청장이 준공 50년 넘은 구덕운동장을 허물고 축구전용구장과 상업·업무·주거시설을 짓겠다는 부산시 도시재생계획에 찬성하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공무원을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청구인 대표가 60일간 서구 유권자 15% 이상 서명을 받으면 연내 소환 투표가 가능하다.
이번 소환투표 빌미는 ‘불통 행정’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부산시가 처음 구덕운동장 재개발 구상을 공개했을 땐 원도심 부활 기폭제가 될 거라는 기대가 컸다. 논란은 축구전용구장 사업비 1100억~1500억 원을 마련하려 구덕운동장 앞 생활체육시설 터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6월 서구 주민 10만5000명 중 2만여 명이 아파트 건립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부산참여연대·부산환경회의도 “축구장은 들러리요, 본질은 고층 아파트” “몇 개층 줄여 눈속임한다”며 주민 소환에 힘을 싣는다. 부산시가 최근 850가구(49층)이던 아파트 세대수를 600가구(36층)로 줄인다고 물러섰으나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아파트 건설 의지만 재확인했다”는 항의가 많다고 한다. 공론화 과정을 소홀히 한 사업은 늘 이렇게 고달프다.
구덕운동장은 다른 스포츠시설 재개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현재 부산에선 사직야구장 재개발도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롯데 자이언츠가 총사업비의 30% 수준을 부담하길 원하는데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국비 확보와 롯데그룹의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사직야구장 주변에도 아파트를 지을 건가. 서구 주민이 원하는 재개발 방향은 공공재 기능 유지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조차 최근 “공공성을 훼손하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원점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여권 정치인까지 반대편에 선 것이다. 고립무원의 부산시다.
이번 주민소환 투표가 성사되려면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경남에선 2016년 진주의료원 폐원에 반발한 시민사회가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 소환에 나섰다가 유효 청구인 미달로 좌절을 겪었다. 2009년 제주도지사 소환 투표(해군기지 건설 반대)는 투표율이 11%에 그쳤다. 지금까지 주민소환이 청구된 125건 중 10여 건만 투표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서구 주민들이 소환투표를 추진하는 배경엔 행정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행정의 중요한 역할은 소통과 중재다. 지금도 교정시설 이전을 포함해 민원에 막힌 장기 미집행 사업이 수두룩한데 새 ‘뇌관’을 만들어서야 되겠나. 부산시는 이번 기회에 시민소통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짚어보길 바란다. 주민을 설득 못하는 사업은 원점 재검토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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