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적극적으로 지도·개입하지 못하는 교실은 아수라장이다

박종철 교사 / 따돌림사회연구모임 대표 2024. 8. 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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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1년, 실패한 교권5법을 넘어] ② 소극적 입법에 그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비판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지난 20여 년간 '학생을 평화로운 사회의 주인공으로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학교폭력, 생활지도, 교권, 학생 심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 실천해 온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1년. 이 사태를 단지 학부모 악성민원과 아동학대법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실이 이미 해체 단계에 이른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공교육 멈춤을 넘어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근본적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3개의 특별법'을 제안합니다. 또한 평화적 공화주의로의 프레임 전환을 위한 논쟁이 벌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해 9월 1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생활지도 고시)가 시행되었다. 이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가 신설되어 교원에게 학생생활지도권이 부여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도 있지만 서이초 사건 이후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자 정당한 생활지도의 범위, 방법 등을 명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기도 하다.

생활지도 고시가 제정된 후 교사는 생활지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조언, 상담, 주의의 방법으로 지도하더라도 학생이 따르지 않으면 교사는 분리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분리 장소, 분리 시 보호·감독의 주체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지 않은 학교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분리 장소를 학생부 교무실이나 학년부 교무실로 지정한 학교의 경우 어떤 교사가 학생을 분리 조치하면 교무실에 있는 누군가가 학생을 보호·감독해야 하는데 이는 동료 교사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므로 교사는 분리 조치를 꺼리게 된다.

이런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장소와 담당자를 정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데 교육부가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이를 학교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지도에 따르지 않더라도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은 지도를 가볍게 무시한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학생이 수업 중에 자거나 학원 숙제를 하거나 다른 과목 공부를 하는 경우 지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도할 근거가 생활지도 고시에 없다는 것이다.

백승아 의원 등은 교권 침해 및 타인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가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발의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는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법률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제37조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이른바 법률 유보의 원칙이라 한다. 교육부가 제정한 행정규칙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물리적 제지, 학생 분리가 명시되어 있더라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정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데 법률에 근거가 없으므로 정당성이 부족하고 정당성이 부족하니 물리적 제지나 분리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교사가 권한의 사용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가 가능하려면 인적·물적 토대가 갖춰져야 하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이 토대를 마련해주기는커녕 학교에서 알아서 하도록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교사의 생활지도권은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전에 생활지도 고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먼저 짚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고시 자체가 대안이 아닌데 고시를 이행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한다는 것은 헛다리 대책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육부 생활지도 고시의 한계를 뛰어 넘었어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내용을 특별법으로 보장할 것

지난해 기고문에서 필자는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교육부 고시만으로는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관련기사 : 교사의 생활지도권 보장은 특별법으로) 생활지도권은 고시 수준에서 보장되는 반면 교사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보고 처벌할 수 있는 '아동학대처벌법'은 특별법의 지위를 갖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4호에서는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하였지만, 이 단서 조항이 실질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도 특별법으로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원에게 생활지도권이 있음을 밝히고 동법 시행령에서 생활지도의 분야를 제시한 뒤 구체적 내용은 행정규칙인 교육부 고시에 담고 있는 상황이다.

학습을 권리만이 아닌 의무로도 볼 것

생활지도 고시에는 학생이 학습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유 없이 근태가 불량한 경우에 지도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이는 학생의 학습을 권리의 측면에서만 보는 한계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습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이기도 하다. 학습을 권리의 측면에서만 보면 학습은 학생의 선택권이 되는데, 실제로 학생들은 이렇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수업 중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엎드려 자거나 휴대폰을 보다가 교사로부터 지적을 받을 때 "누구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라고 따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수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현행법에서 학습이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헌법 전문에 제시된 이상적인 "대한국민"을 길러내기 위해 공교육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학생은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교육기본법 제12조 3항은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은 학습자가 갖춰야 할 기본 윤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선도 차원의 상담, 교육도 ‘학습’으로 볼 것

생활지도 고시는 교과 수업만을 학습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분리 조치하는 경우에 교육 자료 제공 또는 원격 수업 등을 통해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하였다. 교육활동 침해 사안 파악을 위한 학생 면담 시에도 학습권이 보호되는 범위에서 실시하라고 안내했다. 분리 조치, 교육활동 침해 사안 파악을 위한 면담은 학습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교육부 고시 제10조 2항에도 드러나 있다. 상담은 수업 외 시간에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담은 학습이 아니고 상담으로 인해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분리된 공간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교육활동 침해 사안 파악을 위한 면담을 통해서 학생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분리 조치, 교육활동 침해 사안 파악을 위한 면담, 상담이 모두 학습인 것이다.

공개적 생활지도, 지도 결과의 공개가 가져올 교육효과를 반영할 것

지도가 필요한 대부분의 상황은 교실, 복도, 급식실 등 다수의 학생이나 교사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다른 학생이나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학생이나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도하여 학생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따지거나 심지어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꽤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정당할까?

인간의 도덕적 성숙은 수치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이는 부끄러워하는 데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수치심은 반발심만 불러올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기 전까지는 때때로 지적받고 지도받아야 한다. 자신이 한 실수나 잘못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것임을 경험해야 한다. 칭찬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데에 부정적 효과만 있지 않다. 제니퍼 자케는 "수치심의 힘"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져오는 긍정적 측면에 대해 말했고 그 외에 심리학자, 철학자 중에서도 수치심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학생이 느낄 수치심을 우려하여 따로 불러 지도하면 다른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규범을 위반한 학생이 어떻게 지도받고 어떤 책임을 졌는지 모르면 주변 학생들은 규범 위반을 해도 지도도 안 받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여기고 그러한 행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개적 지도, 지도 내용의 사후 공개는 정당한 행위로 보장받아야 하지만 교육부 고시에는 이를 보장하는 근거가 없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징계 사실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이나 여러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징계 사실이 개인 정보이므로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징계는 공적 규범을 어긴데 대한 벌이므로 공적 정보이다. 사생활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교사의 기본권과 생활지도권을 망라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생활지도 고시를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지는 효과는 있겠으나 지도가 필요한 수많은 상황에서 교사는 여전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습권을 선택권으로 보는 문제, 교과 학습만을 학습으로 보는 문제에 손을 대야만 하고 문제 발생 즉시 공개적으로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법 체계에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특별법을 제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교사의 권한과 책임에 관련된 법률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교사의 기본권과 생활지도권을 일반 법률 수준에서 보장하게 되면 다른 법률과 충돌 시에 어느 것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담을 교사의 권리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기본권이고 하나는 생활지도권이다. 현행 법체계에서 기본권에 해당하는 권리는 대개 '교원지위법'을 통해서 보장받고 있고 생활지도권은 '초·중등교육법'을 통해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두 권리가 동시에 침해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중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 수업에 참여할 것을 지시했는데 해당 학생이 계속 학원 숙제를 하고 게다가 교사에게 욕을 했다면 교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은 생활지도권을 침해한 것이고 욕을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 경우 교사는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해야 하고 생활지도권 침해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교육위원회(선도위원회)에 학생에 대한 징계를 요청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별법에 교사의 기본권과 생활지도권에 관한 내용을 모두 담고, 교사의 권리가 침해받을 경우 하나의 기구(선도위원회)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지도 고시에서는 생활지도 방식으로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보상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법에서는 이에 더해 조사, 조정, 중재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조사란 학생 간 갈등, 학교폭력, 교사의 기본권 침해, 도난 사건 등 생활지도 관련 사안 발생 시 학생, 보호자 등과 대화를 나누거나 설문조사를 하거나 자료 및 증거 열람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학생 간 분쟁 발생 시 당사자들의 동의 하에, 합의를 유도하는 것을 조정이라 하고, 누가 어떤 오해나 실수나 잘못을 했는지 지적하고 사과, 화해 등을 권고하는 것을 중재라 한다.

이 외에 학급 담임 교사는 자리 배정 방법, 교실 내 게시물의 종류와 게시 방법, 청소 방법, 학급 내 역할 부여 등 학급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전반적 권한을 보장받아야 하며, 교과 담당 교사는 수업 규칙 제정, 수업 중 질서 유지, 수업 장소 결정 등 수업에 필요한 전반적 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처럼 생활지도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4호에 제시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가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지난해 교원지위법이 개정되면서 교원의 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되는 경우 교육감이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출하여야 한다. 문제는 교육감 의견이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발생한 신고 사안 중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기소되거나 아동보호 사건 처리된 경우가 10%나 되었다. 특별법에 이와 관련한 조항을 넣으면서 "교육감이 교원의 생활지도 행위가 정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하는 경우 해당 시·도, 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또는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교육감의 의견에 따라야 하며, 교육감의 의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교육감과 해당 교원에게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

특히 교사 출신 국회의원에게 바란다

교사가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개입하지 못하는 교실은 이미 아수라장이다. 서이초 선생님의 교실도 그랬을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교권 침해 피해 교사, 지도가 필요함에도 지도할 수 없는 교사에게 교실은 지옥이다. 서이초 선생님에게 교실은 지옥이었을 것이다. 교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학교 현실, 그중에서도 교사들이 어떤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을 잘 아는 것이 곧 적절한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는 교실이 아니다. 국회에 들어간 이상 그들은 현장과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법안을 만들려면 끊임없이 교사를 만나야 하고 토론해야 한다. 부디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난달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 추모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이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종철 교사 / 따돌림사회연구모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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