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드디어 30-30 대업 달성! 박재홍-테임즈 전설 싹 다 넘었다, 이제 리그의 역사로 등극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홈런 하나가 모자라 올 시즌 리그 첫 30홈런-30도루 달성을 미루고 있었던 김도영(21·KIA)이 기어이 홈런 하나를 더 채우고 30-30 고지를 밟았다. 파울 홈런의 아쉬움을 달래고 최정상급 홈런 타구로 30-30을 달성했다. 김도영은 KBO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경기 수, 그리고 가장 어린 나이에 30-30을 달성한 선수로도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김도영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과 경기에 선발 3번 3루수로 출전, 팀이 3-1로 앞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키움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로 시즌 30번째 홈런을 달성했다. 이미 도루에서는 30개(14일까지 33개) 고지를 채워놓고 있었던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올 시즌 리그 첫 30-30을 달성했다.
김도영은 1회 첫 타석에서 파울 폴을 살짝 빗나가는 파울 홈런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넉넉하게 홈런이 되는 비거리였으나 마지막 순간 타구가 휘며 풀 옆으로 빗나갔다. 정말 근소한 차이였다. 김도영은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으나 헤이수스의 시속 151㎞짜리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파울 홈런에 힘이 빠졌는지, 결국 이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1-1로 맞선 3회에는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으나 이번에는 병살타에 그쳤다. 선두 김선빈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김도영은 헤이수스와 비교적 끈질긴 승부를 펼쳤으나 5구째 체인지업을 친 것이 빗맞으면서 2루수 방면으로 향했다. 상대 2루수 김혜성이 공을 잡아 2루를 밟고 1루에 던졌고 병살타가 됐다. 전력 질주도 병살타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팀이 3-1로 앞선 5회는 달랐다. KIA는 선두 박찬호가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어 김선빈이 좌중간 안타로 1루에 나갔다. 여기서 김도영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렸다. 최근 공을 너무 많이 보다 손해를 보는 감이 있었던 김도영은 아예 초구에 패스트볼을 노린 듯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여기서 헤이수스의 공이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듯 가운데 몰렸고, 김도영은 장쾌한 스윙으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헤이수스의 패스트볼 투구 속도는 시속 149.2㎞였다. 김도영의 타구 속도는 무려 171.8㎞에 이르렀으며 발사각은 27.9도, 체공 시간은 5.67초였다. 비거리는 무려 134.6m에 이르렀다. 역사적인 30-30에 딱 어울리는 그림 같은 홈런이었다.
김도영은 올 시즌 4월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상 월간 10홈런-10도루를 모두 달성한 선수는 김도영이 처음이었는데 당시 이 10번째 홈런이 고척스카이돔에서 나왔다.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에서 대기록을 쓴 것이다.
김도영은 10-10 달성에 이어 지난 6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20-20 고지를 밟았다. 특별한 아홉수 없이 20-20을 달성하면서 30-30은 기정사실화됐고, 향후 페이스에 따라 40-40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김도영은 상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홈런과 도루 개수를 채우며 30-30을 향해 나아갔다. 도루는 7월 31일 두산전에서 시즌 30번째 도루를 기록하며 먼저 30개를 채웠다. 하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 김도영의 부담감, 그리고 KIA 타선의 전체적인 힘이 빠짐에 따라 30번째 홈런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김도영은 볼넷과 단타로 타율 및 출루율을 방어했지만 본인의 타격감에도 미니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쉽지 않은 승부가 이어졌다.
김도영은 8월 3일 한화전에서 홈런을 치면서 시즌 29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8월 6일부터 11일까지 홈에서 kt와 삼성을 연이어 만난다는 것을 고려해 홈 6연전에서 30-30 달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김도영은 이 기간 오히려 타격감이 뚝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홈런을 치지 못했고, 2루타 이상의 장타 또한 비율이 줄어들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김도영은 13일 키움전에서 안타 하나를 치면서 감을 끌어올렸고, 14일 경기에서는 큼지막한 3루타를 치는 등 점차 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날 홈런을 치면서 기어이 30-30 고지를 밟았다.
타이거즈 역사상 세 번째 30-30이다.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첫 30-30은 1997년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1997년 9월 20일 광주 쌍방울전에서 30-30을 달성했다. 당시 나이는 만 27세 1개월 5일이었다. 이어 1999년에는 홍현우가 그 뒤를 이었다. 홍현우는 1999년 9월 27일 광주 한화전에서 26세 11개월 30일의 나이에 달성했다. 그 뒤로 30-30은 KIA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잘 나오지 않다 김도영이 그 명맥을 이었다.
김도영은 리그 역사상 최연소 30-30 달성자이자, 최소 경기 30-30 달성자로도 이름을 남겼다. 종전 최연소 30-30 달성은 만 22세 11개월 27일에 달성한 박재홍이었다. 김도영은 만 20세 10개월 13일로 이 기록을 2년 이상 앞당겼다. 김도영은 고졸 신인 시즌에 20-20을 달성한 김재현 현 SSG 단장 때문에 최연소 20-20은 달성하지 못했는데 최연소 30-30은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국내 선수로 30-30을 달성한 마지막 선수는 2000년 박재홍이었고, 국내·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마지막 선수는 2015년 에릭 테임즈(NC)였다. 테임즈는 2015년 당시 30-30을 넘어 역대 최고 40-40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소 경기 30-30은 에릭 테임즈의 112경기였는데 김도영은 시즌 111경기만에 30-30을 달성하면서 극적으로 이 기록도 경신했다. 이제 김도영은 도루는 약 43개 페이스인 가운데 39개쯤 되는 홈런 페이스를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40-40에도 도전할 수 있다.
◆ KBO 역대 30홈런-30도루 달성자
1996년 박재홍(현대, 9월 3일 잠실 LG)
1997년 이종범(해태, 9월 20일 광주 쌍방울)
1998년 박재홍(현대, 9월 28일 잠실 LG)
1999년 홍현우(해태, 9월 27일 광주 한화)
1999년 이병규(LG, 9월 30일 잠실 롯데)
1999년 데이비스(한화, 10월 3일 잠실 LG)
2000년 박재홍(현대, 9월 5일 대구 삼성)
2015년 테임즈(NC, 8월 28일 마산 한화)
2024년 김도영(KIA, 8월 15일 고척 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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