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한 주민 자유·인권 촉진”… 통일 미래비전 분명히 해 [제79주년 광복절]

조병욱 2024. 8. 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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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통일 독트린’ 주요 내용
1994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보완
국제질서 변화 고려한 통일상 담아
민간활동 적극 지원 ‘자유인권펀드’
MB정부 추진 ‘통일항아리’와 유사
尹, 연설서 자유 50·통일 36회 언급
전문가 “통일정책 선명한 선언 택해”

“남북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에 대한 대화협의체를 공식 제안했다. 그동안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여야 안팎의 주문에 대해 이같이 화답한 것이다.
무대 오르는 尹대통령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러 무대에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새 독트린은 시의적으로 1994년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발표 30주년을 맞아 나왔다. 그동안 급격하게 커진 남북 간 격차와 탈냉전에서 신냉전 구도로 변화된 국제질서 등을 반영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 통일이라는 미래비전과 실행전략을 보다 분명히 하는 쪽으로 수정·보완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점진적·단계적 방법론을 제시한 기존 통일방안의 기본 뼈대는 건드리지 않은 채 3대 통일 비전과 3대 통일 전략, 7대 통일 추진 방안이라는 3-3-7 구조로 구성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 국제질서의 변화 등을 고려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1994년)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통일의 모습,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추진 전략이 담겨 있지 않다”며 “8·15 통일구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헌법 정신에 따른 자유통일 대한민국의 달성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시대적 변화와 현실을 고려한 통일 추진 전략이라는 점이다.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이라는 3단계로 구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북한자유인권펀드를 조성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촉진하는 민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펀드 활용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확성기라든지 대북 전단도 일부 효과가 있겠습니다만, 굳이 남북 간 긴장을 격화시키는 그러한 아날로그적인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할 생각은 없다”며 “북한도 이미 디지털화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여러 경로로 북한 주민들이 바깥 세상을 접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고 했다.

북한자유인권펀드는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했던 ‘통일항아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사단법인을 구성해 민간에서 통일준비기금을 모금하는 방식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8년 동안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가로막아온 민주당의 방해 때문에 새로운 법제화가 난망한 상황에서 기존 남북협력기금법에서 민간 기부금 계정이 올해 7월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사단법인화해서든 민간이나 독지가들의 기부를 통해서든 정부 공식 예산을 거치지 않고라도 자금을 마련하고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법 범위 내에서 그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제안한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은 ‘자유’와 ‘통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25분간의 연설에서 자유를 총 50회 말했다. 지난해 경축사에선 27회, 2022년에는 33회를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어 통일(36회), 북한(32회), 국민(25회) 등을 많이 언급했고, 국제사회(10회), 북한주민(10회), 인권(10회) 등의 표현도 많았다. 이는 이번 독트린이 국내와 북한, 국제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연설문 분량도 약 5700자로 지난해 경축사(약 3700자)보다 길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절의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경축사에서 강조된 ‘8.15 독트린’에 대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차별화하려는 의도, 남북 간 대화 기구 제안이 새롭게 나왔다는 점 등에 주목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화합이나 화해의 메시지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적 가치, 북한 정권과는 상극에 있는 것을 윤정부의 통일 정책으로 선명하게 선언하는 쪽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초 남북 화해 협력 기반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해 보려 했으나 현 정치 지형하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통일방안을 대체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인식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 당국 호응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남북관계를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대화 채널 확보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 의미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역대 정부 통일 정책을 관통하는 ‘자주, 평화, 민주’ 등의 키워드가 사라지고 자유와 인권이 강조된 점이 특징적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일이 아니라 북한 해방 선언이고, 대화 제의가 아니라 싸우자는 선전포고”라고 혹평했다.

조병욱·정지혜·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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