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에 中 배터리 '포비아'…2차전지 수혜일까, 악재일까
'전기차 업황 악화' vs '韓 배터리 반사수혜'
새로운 수혜주도 등장…배터리 진단株 등 '주목'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중국산 2차전지(배터리)가 지목되자 국내 2차전지 업계의 ‘득실’을 두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며 ‘K-배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불신을 키워 안그래도 둔화한 전기차 수요를 더 사그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2~8월14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1.17% 하락했다. 삼성SDI(006400)는 31.46% 떨어졌고, SK온을 품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은 26.30% 뒷걸음질쳤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며 배터리 제조사 역시 타격을 받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이들 배터리 제조사 주가를 뒤흔드는 모습이다. 이번 사고로 차량 87대가 불에 타는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전기차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미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전기차 업황에 더 짙은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 셀 기업의 타격도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량 모델이 탑재한 배터리가 중국의 파라시스 테크놀로지가 생산한 삼원계 제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중국계 배터리, 특히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이 시장을 국산 삼원계 배터리가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올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배터리 실명제’를 추진하고 있는 흐름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내에 보급하는 모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들 역시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의 제조사인 벤츠는 물론, 현대차, 기아,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도 배터리 셀 제조사의 현황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매수 심리가 악화할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과 관련해 전기차에 대한 제도가 다듬어지게 된다면 수요 측면에서 소비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소비자에게도 배터리에 대한 선택권이 생기게 된다는 점도 국내 2차전지 기업에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안전한’ 배터리 충전기에 검사까지…新수혜주도 속속 등장
이번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새롭게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처도 생겨나고 있다.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거나 배터리 검사와 진단을 담당하는 분야다.
롯데이노베이트(286940)의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는 전력선통신(PLC)모뎀을 내장한 완속 충전기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로부터 인증을 받았다고 밝히며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롯데이노베이트는 환경부 주관 ‘전기차 화재 예방형 완속 충전기’ 시험에도 통과했다고 밝혔다. EVSIS의 화재 예방형 충전기에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 상태 데이터 연동, 충전 상태 제어 기능, 과충전 방지 기능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 롯데이노베이트는 7.37% 급등했다.
배터리 검사 및 진단 솔루션 개발 전문 업체인 민테크(452200)에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민테크는 배터리 진단 시스템, 충방전 검사장비, 화성 공정 시스템 사업 부문 등을 영위 중이다. 특히 전기 저항을 측정해 배터리의 상태를 분석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 배터리에 대한 정밀 분석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재 사고 등으로 인한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통한 불량 배터리 검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민테크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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