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미뤘던 R&D… ‘해외 의존’ 백신·치료제 지출 또 눈덩이

한지은 2024. 8. 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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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후과'가 나타나고 있다.

1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코로나19 백신 구매 비용으로 7조 6000억원을 지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셀트리온이 국산 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했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없어 생산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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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환자 급증에 치료제 부족
국산, 변이 대응 못해… 전량 수입
지난해까지 구입비 7조 6000억원
국내 감염병 연구 예산은 감소세
선진국과 기술 격차 ‘3년’ 벌어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후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코로나가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치료제가 충분치 않아 일부 지역에선 품귀 현상이 벌어졌고, 가격 문제로 건강보험 적용에도 애를 먹고 있다. 감염병이 대유행할 때마다 ‘백신·치료제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여전히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1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코로나19 백신 구매 비용으로 7조 6000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구매 예산은 1798억원이 책정됐는데 이마저 모자라 추가 예산을 확보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생산하는 화이자는 지난해 한 세트(5일치) 가격을 1390달러(189만원)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530달러·72만원)의 2배가 넘는다.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환자가 30%를 부담해야 하는데 많게는 50만원을 내야 할 형편이라 보건당국이 제약사와 협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보니 해외 제약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16일 경북 경산시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가 동났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엔데믹 국면에서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R&D)에 대한 관심은 후순위로 밀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감염병 관련 R&D 예산은 2021년 4385억, 2022년 5081억, 2023년 4130억에서 2024년 2774억으로 크게 줄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셀트리온이 국산 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했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없어 생산이 중단됐다. 전폭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3년가량 벌어졌다.

박준구 질병관리청 백신수급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백신이 부족해지면 자체 백신이 없는 국가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에 41조원을 투자해 화이자와 모더나로 백신 패권을 잡았고 중국은 지난해 3월 mRNA 백신 개발을 완료했다. 일본도 지난해 9월 mRNA 백신 ‘다이치로나’를 개발했다. 한국도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질병청은 2027년까지 mRNA 백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원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mRNA 백신 시장 판세는 3년 내에 정리돼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의 지배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투자가 줄어 이대로라면 또 다른 팬데믹이 왔을 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 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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