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뒷걸음·日 대약진… 2분기 성적 `내수`가 갈랐다

주형연 2024. 8. 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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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DP 성장률 전분기比 -0.2%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부진 영향
일본은 0.8% ↑… 전망치 웃돌아
개인소비 1% 상승… 수출도 올라
이인규(왼쪽부터) 한국은행 지출국민소득팀장, 신승철 경제통계국장, 강창구 국민소득총괄팀장, 하남영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2024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GDP) 설명회'에서 2분기 GDP 주요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분기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적표가 '내수'로 엇갈렸다. 1분기 역성장했던 일본은 2분기 플러스로 전환한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과 정부는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여파가 있었지만 연간 성장 기조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어 오는 22일 예정된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15일 2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의 전망치인 0.5%를 뛰어넘은 것이다.

작년 4분기 0.1% 증가를 기록했던 GDP는 올해 1분기 0.6% 감소로 악화됐으나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연율 환산으로는 3.1%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는 2.3% 증가였다.

일본 정부는 올들어 대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등 강력한 내수 부양책을 전개했다. 이에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되살아났다. 개인소비는 전기 대비 1% 늘었고 설비투자와 수출은 각각 0.9%, 1.4% 증가했다. 2분기 명목 GDP는 연환산으로 607조엔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600조엔을 넘었다.

이로써 일본 경제는 연간 기준으로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또한 연 2.1% 성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임금 인상은 소비자 심리를 고양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성장률 반등은 소득 향상과 지출 증가의 선순환이 시작할 것이라던 일본은행(BOJ) 전망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경제는 2분기 크게 뒷걸음질 쳤다.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여파도 있지만 수출, 내수 부진 등 영향이 커 실질 GDP가 6분기 만에 역성장 전환했다. 이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은은 2분기 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분기 1.3%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 기조가 깨졌다.

민간소비가 승용차와 의류 등 재화소비 부진으로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가 줄면서 2.1% 축소됐다. 1분기 3.3% 증가해 깜짝성장을 이끌었던 건설투자도 주거용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면서 1.1% 빠졌다.

1분기 기여도가 0.8%포인트(p)에 이르던 순수출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2분기 성장률을 0.1%p 주저앉혔다. 그나마 정부소비(0.1%p)가 유일하게 플러스 기여도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 감소해 실질 GDP 성장률(-0.2%)을 하회했다.

내수부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소비, 건설경기 등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에도 내수부진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다"면서도 "내수를 제약했던 고물가, 고금리와 같은 요인들이 완화함에 따라 완만한 개선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성장률을 발표한 후 KDI, 글로벌IB 등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는 분위기다.

KDI는 지난 8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수정했다. KDI는 매년 5월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 뒤 8월에 수정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수출 회복세를 근거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상향했다.

KDI는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 여력과 기업 투자 여력이 제약되면서 내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B 8곳의 평균 한국 성장률 전망치(지난달 말 기준)는 2.5%로, 전월 대비 0.2%p 하락했다.

UBS는 기존 3%에서 2.3%로 하향했고 골드만삭스는 2.5%에서 2.3%로 내렸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기존 2.7%에서 각각 2.4%, 2.5%로 내렸다.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흥국증권은 2.5%에서 2.4%로 수정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살아나면서 긍정 신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올해도 일본에 성장률이 밀릴 전망이다. 일본의 성장율은 지난해 25년만에 한국을 추월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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