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반통일, 반자유, 검은 세력” 적대적 경축사...야 “섬뜩한 독기”

이승준 기자 2024. 8. 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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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서 '자유 통일'을 이룰 첫번째 과제로 명시한 것은 '국민 가치관과 역량'이다.

하지만 행간이 겨냥한 상대는 야당과 비판 세력으로, 이들을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 "검은 선동 세력" 등으로 규정하고 편 가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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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서 ‘자유 통일’을 이룰 첫번째 과제로 명시한 것은 ‘국민 가치관과 역량’이다. 하지만 행간이 겨냥한 상대는 야당과 비판 세력으로, 이들을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 “검은 선동 세력” 등으로 규정하고 편 가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정 운영 동력이 흔들릴 정도로 윤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한 비판과 분노가 거센 상황에서 책임을 반대자에게 돌리고, 분명한 적대적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풀이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들이 자유의 가치와 책임의식으로 강하게 무장해야, 한반도의 자유 통일을 주도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동’ ‘날조’ 등의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은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할 따름”이고 “국민을 현혹해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고도 했다.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반자유·반통일 세력’이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4조에 반하는 세력이고 자유·통일에 반하는 세력”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는 등 정부 비판이 일부 세력의 선동 탓이라는 인식을 꾸준히 보여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갈등의 진원지로 대다수 국민이 윤 대통령을 지목하는데도 ‘선동과 날조’ 탓으로 돌렸다”며 “자신에 비판적인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광복절 경축사에까지 드러낸 것에서는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섬뜩한 독기가 읽힌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축사에 야당과 시민사회에 대한 적의만 가득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유를 겁박하고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이 누구냐”고 따졌다.

지지층 결집용 경축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야당의 탄핵 요구나 ‘친일 프레임’ 공격 등이 강해지는데다, 여당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으니, 기댈 곳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밖에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진보 세력에 경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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