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행사 두 동강…대통령실은 광복회 깎아내리기

손현수 기자 2024. 8. 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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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주년 8·15 광복절 행사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문제를 두고 두 동강 났다.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광복회와 야당은 정부가 주최하는 공식 경축식을 거부했다.

한편, 강원도 광복절 경축식에선 김진태 강원지사가 "궤변으로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해,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 지부장이 거세게 항의하고 퇴장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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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79주년 8·15 광복절 행사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문제를 두고 두 동강 났다.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광복회와 야당은 정부가 주최하는 공식 경축식을 거부했다.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정부 경축식에 불참했다. 광복절 행사가 쪼개진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국회의장 불참도 2020년 박병석 당시 의장이 국외 순방 일정 탓에 참석할 수 없었던 걸 제외하면 전례가 없다.

정부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광복절 경축식엔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야당에선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유일하게 자리를 채웠다. 통상 기념사는 광복회장이 맡았지만, 이종찬 회장이 경축식에 불참하면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대신했다. 한동훈 대표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불참하면서 마치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불참한 우 의장과 야당을 비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선 광복회 등 37개 단체가 모인 독립운동단체연합,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가 꾸린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 별도의 광복절 기념식을 열었다. 김 관장을 ‘뉴라이트’라 지목한 이들은, 윤 대통령이 그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 데 항의해 별도 행사 개최를 예고해왔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김 관장 임명을 거듭 비판했다.

이 자리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 100여명도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 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백범기념관이 있는 효창공원의 독립운동가 묘역 참배도 했다.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굴종 외교 규탄’ 회견을 열어 김 관장 임명 철회 요구를 이어갔다.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우원식 국회의장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강제동원 노동자상에 헌화한 뒤 동상을 닦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밤늦게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광복회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그 대신 우 의장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국회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의열단 김한 선생의 외손자로 한-일 역사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정부의 역사 인식에 반대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입법부 수장으로 갈등 자체를 정쟁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역사왜곡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한 뒤 ‘친일 뉴라이트 논란’이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 관장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쪽 행사라는 표현은 잘못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립운동과 광복의 주체가 광복회 혼자만이 아니다. 특정 단체가 인사 불만을 핑계로 빠졌다고 광복절 행사가 훼손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편, 강원도 광복절 경축식에선 김진태 강원지사가 “궤변으로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해,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 지부장이 거세게 항의하고 퇴장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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