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위태로운 한국의 사회계약론

2024. 8. 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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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수백 년 전 미국 링컨 대통령의 연설은 지금도 회자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부를, 국민에 의해 구성하고, 국민에게 행동의 책임을 묻는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기본적인 말이 왜 지금도 회자하고 있는 걸까.

사회계약론에 의하면, 정부란 국민과의 계약으로 형성된 것이며, 계약의 핵심은 나의 권리를 일부 양도하는 대신 정부에 특정한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학자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정부의 기본 역할은 국민을 평안(平安)하게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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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계약에 의한 정부
평안한 국민 삶을 지켜야
민주주의 최소 조건 만족
몇 달째 여야는 극한대립
언론도 정치갈등 부추겨
국민 위한 정치는 어디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수백 년 전 미국 링컨 대통령의 연설은 지금도 회자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부를, 국민에 의해 구성하고, 국민에게 행동의 책임을 묻는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기본적인 말이 왜 지금도 회자하고 있는 걸까.

최근 뉴스는 여야가 싸우는 광경, 북한의 위협 등 안보 불안, 주택 불안정 등 경제 불안이 대부분이다. 특검법에 대해 정당 간 극한 대립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북한발 오물풍선이 집 앞마당에 떨어진 장면이 보도되고 있다. 만약 그 안에 생화학 무기가 있다면, 남북한 간 긴장 관계는 생각하기도 싫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채소 값 등 생필품 가격이 급상승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뚜렷하지 않다. 거기에 내 삶과 직결되는 주택 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불안만 깊어지고 있다. 만약 외국인이 이런 뉴스를 접한다면, 한국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계약론에 의하면, 정부란 국민과의 계약으로 형성된 것이며, 계약의 핵심은 나의 권리를 일부 양도하는 대신 정부에 특정한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학자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정부의 기본 역할은 국민을 평안(平安)하게 하는 데 있다. 나의 생명을 지켜주는 안보 차원에서, 나의 재산을 지켜주는 경제 차원에서 정부는 국민의 삶을 평안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을 보면 사회계약론의 계약이, 민주주의의 최소 조건이 지켜지는지가 의심된다. 북한의 적대적 행동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그런 대응이 남북한 관계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가야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여야 간의 논쟁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법안 통과와 재의 요구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와 대통령이 상호 견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합의를 전제로 한 견제여야지 한쪽의 일방적 양보를 전제로 한 견제여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정치는 좌고우면할 수밖에 없고, 타협의 결과에 대해 지지자로부터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안에서, 그리고 국회와 행정부 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접할 수 있는 주된 창구는 여전히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은 정치에 대해 어떤 보도를 했는가. 경제 정책, 안보 정책 등 정책 내용이 주된 보도였는가. 예를 들어 최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어떤 보도가 기억나는가. 경제 회복과 안보 환경 개선을 위한 후보들의 논쟁이 기억에 남기보단 대통령을 둘러싼 설전이 기억에 남는다. 채상병 특검법에서도, 방송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본질에 대한 보도보다는 여야 간 설전만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언론의 수요자인 국민을 탓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옐로 저널리즘이라고 일컫는 것처럼 국민이 이런 유형의 보도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권자 차원의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지금이 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더욱 심한 정치 양극화를 경험하는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보도는 낙태에 있고, 이민정책에 있고, 보호주의 정책에 있다. 미국의 언론은 곁가지를 보도하기보단 본질을 보도하는 데 충실하고 있다.

국민은 평안한 삶을 원한다. 정치인은 정치인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길 바란다. 언론은 자신을 위한 정치인보다 국민을 위한 정치인에게 관심을 두기 바란다. 국민을 위한 정치, 민주주의의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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