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협의체 등 北 호응 가능성 낮지만 통일 주도권”… “북한 자극해 갈등 키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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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남북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적극적인 통일 추진 의지를 드러냈지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목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남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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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남북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적극적인 통일 추진 의지를 드러냈지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목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남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그동안 북한과의 화해·협력 노력에 대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 통일론’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선 ‘흡수 통일론’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메시지는 핵·미사일 위협을 지속하는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 북한 주민의 변화로 통일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3대 통일 추진 전략의 하나로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통일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체제 중심의 자유 통일이라는 전략적 명확성을 보여준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포기했지만, 북한 주민이 우리와 통일 시대를 함께 할 미래 동반자인 만큼 인도주의적 지원과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등을 강조한 것은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당국에도 “남북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놓겠다”며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라도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여기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은 최근 대규모 수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적 지원 제의에도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비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 대화를 하자는 것보다 앞으로 미국 대선이나 여러 대외적 환경에 따라 남북 관계도 변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남북 대화의 고리를 미리 걸어두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큰 틀에서 통일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 중심이 강하게 느껴져 과연 북한이 호응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 당국의 호응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남북관계를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대화 채널 확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시그널 보내기 차원에선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자유를 내세우면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의지 표명과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를 공식적인 통일 추진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건 북한 당국의 적대감을 키우고 더욱 자극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2020년 이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에 따라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시청한 주민들을 강하게 단속하고 탄압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변화를 강조할수록 북한 주민에 대한 탄압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독트린’이라고 포장을 거창하게 했지만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이 변화하고 혁명을 일으켜 자유화하는 통일을 하자는 것”이라며 “사실상 통일하지 말자는 것과 같고 그러면서 당국 간 대화협의체를 만들자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흡수 통일을 강조할수록 북한은 ‘2국가 체제’를 강화하고 조기 세습체제 구축과 주민 통제 강화로 북한 주민 삶의 질만 악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허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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